Go to contents

손대표, 정부조직개편 태도 왜 바꿨나

Posted February. 21, 2008 03:02   

그렇지. 저게 원래 손학규지.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20일 정부조직법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푸는 대타협 결단을 밝히기 위해 서울 당산동 당사 기자회견장에 들어섰을 때 당내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손 대표는 해양수산부가 존치돼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정상적인 정부 출범을 위해 결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협상 중에 있는데 조각 명단을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자세는 오만과 독선의 화신이라며 하지만 솔로몬의 지혜처럼 사랑하는 자식을 내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국민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잘못만을 따질 수 없으며,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게 제가 할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잠시 후 최고위원회의장에 들어선 손 대표는 수고했다는 박수를 받았다. 정균환 신계륜 등 타협할 수 없다며 일전불사를 주문했던 최고위원들도 지지로 돌아섰다. 정 최고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어쨌건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고, 박상천 공동대표도 회의장을 나서며 (손 대표가) 쭉 주도하셨는데, 도와드려야지라고 했다.

강경 자세로 당내 입지 구축 시도= 손 대표의 해양수산부 사수 노력을 둘러싼 정치권의 진통은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로 전달됐을 때부터 예고됐다.

당시 민주당은 통일부 폐지를 우선적으로 반대했지만 손 대표가 오히려 해양부 폐지안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던져가며 해양부 흡수통합 반대론의 불을 지폈다. 해양부는 해양대국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미래 부처라는 말을 처음 쓴 것도 손 대표였다.

손 대표는 이후 부산 광양 등 해양도시를 방문하면서 장외로 문제를 끌어가는 자세를 취했고, 야당 무시 민주주의 포기라는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15년 정치생활 중 14년을 (전현)한나라당에서 보낸 그로서는 전통 민주당, 재야, 386그룹이 뒤섞인 민주당의 대표로 취임한 후 당내 입지 구축도 필요했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어차피 지지율이 낮은 마당에 한나라당을 상대로 투쟁해야 (오랜 지지층인) 집토끼라도 지킨다는 당내 일각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스타일을 잘 몰랐지만,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외로 고집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대,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라는 이력에 좌고우면하는 햄릿형으로 비춰지는 부담을 당내에서 덜었다는 소득도 손 대표는 챙겼다.

총선 전략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 = 손 대표가 장고에 들어간 것은 조각 명단이 전격 발표되고 다음날인 19일 오후부터였다. 그는 약속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협상의 한 축으로 온건론을 대변한 김효석 원내대표 및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굳혔다는 후문도 들린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가 50, 60석의 강짜 야당이 되려면 강경일변도가 좋다. 그러나 수권능력을 갖춘 120석 얻으려면 지금대로는 안 된다. 정부 구성을 돕자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손 대표의 최종결심 배경에서 50일 앞으로 닥친 4월 총선에 미칠 파장을 뺄 수 없다. 손 대표도 반대 발언을 할 때마다 정치적으로 손해지만이라는 말을 했다.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고려할 때 강공을 주도하다가 총선에 참패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적 측면도 존재한다.

한편 손 대표는 전체 협상과정을 통해 청와대와 교감을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전격 회동했고, 노 대통령의 해양부 흡수통합이 일리가 있다고 한 말이 공개된 것도 손 대표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승련 조수진 srkim@donga.com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