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29일로 만 열흘을 넘겼다.
협상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협상 진척은 고사하고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형국이다. 아프간 정부 당국자와 탈레반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탈레반의 요구 조건, 인질들의 상태 등 협상의 기본이 되어야 할 정보마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갈수록 엇갈리는 요구조건=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28일 탈레반 홈페이지에 게재한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는 돈을 요구한다는 주장으로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질-수감자 맞교환 외에 다른 요구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
그러나 이날 가즈니 주 경찰 책임자는 여전히 인질 석방 조건과 인질 몸값 등을 놓고 양측 간 의견차가 너무 커 애로가 많다고 말해 탈레반의 요구에 돈이 포함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석방 대상으로 제시된 탈레반 수감자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협상 초기에 아프간 정부 측에선 탈레반이 제시한 명단에 지휘관급 인물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아프간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마디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그들은 평범한 탈레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마디는 나아가 수감자들이 미군의 수중에 있다는 아프간 정부의 주장도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확인되지 않는 인질들 상황=몇 개의 그룹이 인질들을 붙들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각 그룹에 따른 협상 카드를 만들 수 있지만 현재로선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유정화 씨로 추정되는 피랍자는 28일 로이터 통신이 공개한 육성에서 우리는 4명뿐이라고 말했다. 불과 이틀 전 또 다른 피랍자 임현주 씨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2그룹으로 나뉘어 18명의 여성이 함께 있고 남자들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한 것과 명백히 차이를 보인 것. 아마디는 11곳에 2명씩 분산해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일부 외신들은 여성 몇 명이 현지 주민의 집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피랍자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버텨줄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우리는 모두 아프고 매우 위험에 처해 있다(26일, 임현주 씨), 남성 인질 한 명만 몸이 아팠지만 건강을 회복했다(27일, 탈레반 사령관), 인질 중 17명이 아픈 상태(28일, 아마디) 라는 등 얘기가 엇갈렸다.
피랍사태 장기화되나=피랍자와 탈레반 죄수 맞교환 문제에 대해 아프간 정부나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다.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아프간 최고위 관료들을 만나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아프간 정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과 미국 양측은 대테러 전쟁의 원칙에 어긋나는 탈레반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는 총력 외교전을 펼쳐 피랍자와 탈레반 죄수의 맞교환을 성사시키든지, 탈레반 측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효과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해 조속한 협상 타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금동근 이상록 gold@donga.com myzoda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