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로다/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 전기의 문인 양사언(151784)이 지은 그 유명한 고시조()다. 하늘 아래 뫼라는 말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중국 태산()의 높이를 궁금해 하지만 실은 1545m로 우리 태백산(1566m)보다 낮다. 그래도 중국 5대 명산을 일컫는 오악() 중 으뜸으로 꼽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산둥() 성 대표가 최근 태산을 나라의 산()으로 정하자고 제안해 논쟁이 뜨겁다. 태산이 산둥 성에 있기 때문이겠지만, 마냥 황당한 제안만도 아니다. 태산은 진시황을 시작으로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선()의식을 행한 곳이고,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고 한 바로 그 산이기 때문이다. 태산에서 1시간 거리에 공자의 고향인 취푸()가 있다.
좀 우스꽝스러운 얘기지만 태산은 대통령병()에 걸린 일부 우리 정치인에게도 성산()으로 통한다. 현대판 봉선의식의 유혹 때문이다. 한중() 수교를 이뤄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올랐지만 대선판에 태산 등정을 유행시킨 사람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1996년 6월 말 국민회의 총재였던 DJ가 케이블카를 타고 태산에 오를 때 비가 내리자 중국 가이드는 대통령이 된다는 징조라고 속삭였다. 태산과 비는 중국인들의 관광 상혼()이 만들어 낸 얘기겠지만 이후 태산을 찾는 대선주자들은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도 2001년 태산에 올랐다. 내심 비를 기다렸지만 하산()할 때까지 끝내 비는 오지 않았다. 손학규 씨도 경기지사 시절인 작년 이맘때 태산을 등정한 뒤 DJ처럼 좋은 성공을 거두라는 덕담을 들었다. 그는 태산의 정기를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도 제()를 올렸다. 말 그대로 살짝 비가 스쳐갔다고 한다. 야속한 지금 지지율처럼 살짝.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