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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김

Posted November. 17, 200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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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17일 만찬 회동을 하려다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했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왜 만나려 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무호남 무국가( )를 외치며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게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축으로 범여권이 결속할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들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주변에선 두 사람이 범보수 진영의 단결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는 말이 새나온다.

3김은 한국정치사의 산 증인들이다. YS는 1951년부터 46년간, DJ는 54년부터 49년간, JP는 63년부터 41년간 정치를 했다. YS는 재수, DJ는 4수 끝에 대통령이 됐다. JP는 대통령은 못 했지만 9선 의원에다 국무총리만 두 번에 7년간 했다. 정치 9단이란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들은 실제 이름보다 영문 이니셜이 국민 귀에 더 익숙할 정도다. 나이는 모두 80세 전후로 증손자 볼 때가 됐다.

세 사람의 애증()관계는 복잡하다. YS와 DJ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동지이자 경쟁자였으나 87년 대선 때 야당후보 단일화 실패로 사이가 틀어졌고, 90년 3당 합당으로 완전히 갈라섰다. YS와 JP는 3당 합당 때 손을 잡았다가 95년 지방선거 직전 JP의 민자당 탈당으로 갈라졌다. 둘은 2004년 JP의 정계은퇴 후 몇 차례 만나기는 한다. DJ와 JP는 97년 대선 때 DJP 연합으로 뭉쳤으나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문제로 결별했다.

3김은 정치발전에 기여한 공()도 크지만 지역감정과 분할을 심화시킨 인물들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영남, 호남, 충청권의 맹주로 군림하면서 표()뿐 아니라 민심까지 갈라놓았다. 국가원로로서 나라 걱정하는 것까지야 말릴 수 없지만 현실정치에 더 간여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거니와 아직도 3김인가 하는 국민이 많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