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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58년 개띠

Posted December. 31, 20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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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말하는 개띠의 특성은 정() 충() 주() 세 가지로 축약된다.

2002년 천 씨가 만든 카페는 1958년생 개띠만 가입할 수 있는데 회원이 1300여 명에 달한다.

우리 카페의 특징은 가입하자마자 곧바로 게시판에 희로애락이 담긴 일상부터 개인적인 치부까지 드러내며 쉽게 친해지는 거예요. 또 이런 얘기들이 단순한 걱정이나 넋두리로 끝나지 않고 실직자 직장 소개해 주기, 의사 소개시켜 주기, 경조사에 품앗이 가기 등 자발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왜 우리 사회에서 58년 개띠란 말이 그렇게 인구에 회자되는 걸까요?

우리가 625전쟁이 끝난 뒤 시작된 베이비붐의 절정에 선 세대이기 때문일 거예요.

1958년생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그 같은 통념은 1960년에 실시된 인구센서스에서 비롯됐다.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1958년생이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기록돼 90만 명 안팎인 1957년생 이전과 80만 명 안팎인 195960년생에 비해 훨씬 많은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구학자들은 1970년 이전의 인구센서스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뺑뺑이 세대로 불리는 1958년생들은 선배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2년 전 중학 입학시험이 없어졌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74년 고입 시험이 사라지고 연합고사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1958년생인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가 중고교에 진학할 때 입시제도가 바뀌었다는 속설도 58년 개띠를 세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세대와 개가 지닌 활달하고 개방적 이미지가 겹쳐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우리는 언제나 낀 세대였어요. 민주화운동사에서도 유신시대 운동권 세대와 386세대 사이의 익명의 존재이고, 문화적으로도 1970년대 포크 세대와 1980년대 발라드 세대의 중간에 있잖아요.

우리 또래가 사회에 진출해 갓 결혼했을 때 부동산값이 폭등했지요. 불혹의 나이로 회사에서 중간관리자가 됐을 때쯤 외환위기가 터져 구조조정의 타깃이 됐고요.

그러니까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말할 때 58년 개띠 운운하는 게 아닐까요?

그럴 거예요. 우리들에게 특수했던 역사, 이미지가 겹쳐져 평등의식과 단결력이 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력이 강하다는 오늘날 58년 개띠의 신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권 씨는 제가 운영하는 58개띠 마라톤 클럽에는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 기록을 가진 58년 개띠 460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면서 58년생들은 개띠라 그런지 정말 잘 뛰고 강인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병술년에도 희망을 가슴에 품고 시련은 땀으로 씻어내며 힘차게 달릴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권재현 김재영 confetti@donga.com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