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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첩 전과자 소송

Posted December. 28, 200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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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운동경기와 닮았다고 말한 이는 대법원 판사를 지낸 방순원(작고) 씨였다. 승부 예측이 어렵고 끝까지 관중의 흥미를 끌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소송 자료가 비등()하고 법률적 문제점이 알쏭달쏭할 때 더욱 스포츠를 닮아 간다는 것이다. 둘 다 심판의 마지막 승패 선언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심판의 공정한 역할이 관건이 되는 것까지도 양자는 닮은꼴이다.

그런 재판은 정치에도 곧잘 끌려다닌다. 정쟁()의 무대를 재판으로까지 넓히기 때문이다. 유신정권의 공작으로 이루어진 야당 총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라는 것도 그랬다. 멀쩡하게 당선된 총재를 끌어내리기 위해 반대파를 들쑤셔 재판을 걸게 했다. 재판이라는 이름의 정치 공작이다. 1999년 국가정보원의 도청이 드러날 무렵 국정원은 적반하장 격으로 야당 원내총무를 비밀누설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야당은 국정원장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맞고발했다. 한쪽이 고소하면 상대는 맞고소로 맞불을 지른다.

법정으로 옮아 간 정쟁은 정치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흐지부지 끝난다. 처음 단계에선 억울하건 켕기건 간에 기세등등하다. 방순원 씨 말대로 각기 그럴듯한 주장으로 논전을 펴면 실체적 진실이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다 여론의 지탄 분노가 잦아들 무렵,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무더기 취하로 간다. 따지고 보면 소란 피우기 떼쓰기로 여론을 잠재우는 것이 정치판의 노림인 것이다.

재판정치 호들갑 소송이 너무 잦다. 여야 정당 간에, 이익집단 간에 명예훼손 다툼이 지나치다. 이번에는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의 전직 조사관들이 간첩 전과자가 군 사령관을 조사해도 말리는 사람 없는 세상이라는 성명을 낸 보수단체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했지만 졌다. 판사는 의문사위원도 감시 비판의 대상이며, 다소 과장되고 부적절하며 신랄한 표현이 있더라도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세상만사 과유불급()이다. 송사는 개인에게도 국가에도 적을수록 좋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