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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각료회의 홍콩서 개막

Posted December. 14, 20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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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의 틀을 새롭게 규정할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3일 홍콩에서 개막됐다.

이번 회의에는 149개국 대표단 5800여 명이 참석해 18일까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통해 시장 개방을 논의한다.

DDA 협상은 농업, 비농업, 서비스, 반덤핑, 개발, 무역과 환경 등 6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은 농산물 개방 폭을 줄이고 공산품의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는 이중 전략을 갖고 있다.

농업 의견 차이 커 협상 어려울 듯

DDA 협상의 핵심은 농업이다. 각국이 관세를 내려 농산물 시장을 열고 농업에 주는 보조금(수출 및 국내 보조금)을 없애자는 것이다.

농업 협상은 각국 시장개방 계획의 기준이 될 세부원칙(모델리티)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출 보조금을 없애는 데는 공감대가 마련됐으나 관세 인하 폭과 국내 보조금 철폐를 놓고 미국, 유럽연합(EU), 개발도상국 등이 맞서고 있다.

한국이 민감한 것은 어떤 품목에 대해 관세를 얼마나 깎을지다.

미국은 기존 관세의 높고 낮음에 따라 품목을 4가지로 분류해 현재 관세가 60%를 넘는 품목에 대해 관세를 90% 감축하자는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452개 품목 중 152개의 관세를 큰 폭으로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고추는 270%인 관세를 27%로 내려야 한다. 마늘, 감귤, 양파 등도 비슷하다.

농산물 수입국의 처지인 EU는 기존 관세 구간에 따라 2560%씩 소폭으로 관세를 내리자고 제안했다. 한국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최근 입김이 세진 개발도상국들도 농산물 분야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도국 모임인 G33은 13일 별도 회의를 열고 개도국에 대한 특별품목(SP자유화 제외 또는 유예 대상) 등을 허용하지 않으면 홍콩에서 나온 어떤 협상 결과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노리는 한국은 G33 그룹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산품의 관세 인하 방식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의견 차이를 보인다. 선진국은 공산품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내리자고 하며 개도국은 선진국만 관세를 많이 내리자고 주장한다. 공산품 분야에서 한국은 선진국의 편에 서 있다.

협상 복잡해지면 한국 불리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다자간 협상 구도는 농산물 수출국 대 농산물 수입국의 힘겨루기였다. 여기에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의 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선진국 대 개도국의 대립이 더해졌다.

최근에는 미국과 EU가 국내 보조금 삭감을 놓고 마찰을 빚고, 개도국끼리도 의견차가 커지는 추세다.

브라질과 인도가 일본 호주를 제치고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G4 그룹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변수다.

복잡한 협상 구도는 한국에 좋지 않다. 각국 입장이 얽혀 협상이 깨지면 통상국가인 한국에 불리한 것이다. 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의 입김이 세지는 것도 껄끄럽다.

DDA 협상 한계, 대안 찾아야

농업, 공산품 외에 50개 최빈()개도국 지원(개발 분야)도 이번 회의의 주요 변수다.

아프리카의 최빈개도국들은 미국이 개도국을 지원하기는커녕 미국 내 2만5000여 면화 농가에 연간 40억 달러를 지원해 면화로 먹고사는 수천만 아프리카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되레 새로운 보조금을 신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DDA 협상이 장기 지연되거나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곽노성() 교수는 149개국이 모이는 DDA 협상은 한계가 있으므로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 통상 협상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우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