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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선수 비, 형의 여친에 사랑펀치

Posted October. 27, 200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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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가진 건 몸 밖에 없는 남자. 여자들이 너 아니면 죽겠다고 목숨을 거는 남자.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이종격투기 선수. 31일 처음 방영되는 KBS2 월화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밤 9시55분)의 주인공 강복구다.

또 한 남자가 있다. 가수가 되겠다고 열두 번이나 오디션을 봤지만 얼굴 때문에 퇴짜 맞았던 남자. 신인상 타서 어머니께 바치는 게 꿈이었던 남자. 가수 비다.

이 죽일 놈의 사랑 강복구 역을 맡은 탤런트 정지훈이 바로 비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은 지난해 미사폐인을 만들어낸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가 집필하고 신예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정지훈과 탤런트 겸 영화배우 신민아가 주연 커플로 출연한다.

강복구라는 남자 사랑에 다쳤다.

순수한 여자가 있고, 그 여자가 형과 사랑했다가 헤어졌고, 여자 때문에 식물인간이 된 형을 대신해 남자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다가 형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많은 드라마에서 보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데 강복구라는 이 남자는 낯설다. 제목의 거친 표현은 사랑이 아니라 강복구를 가리키는 것 같다. 취미는 지나가는 학생들 돈 뺏기. 직업은 요즘 인기 있는 종목인 이종격투기 선수지만, 승자로 주목받는 게 싫어서 매번 져주는 오만한 사람. 첫 회에서 다리 위에 선 여자가 사랑한다고 한번만 말해주면 안 떨어지겠다고 호소하는데 복구는 고민하지도 않고 뛰어내려라고 한다.

드라마 주인공은 아무리 못된 행동을 해도 원래 심성은 선한 것으로 그려지는 법인데, 강복구는 그런 법칙도 비켜간다. 여기에다 어이없게도 형의 여자친구였던 여배우 차은석을 사랑하게 돼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그래서 정지훈은 이 남자를 두고 사랑을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치는 남자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나쁜 남자를 연기하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정지훈이라는 남자 연기에 미쳤다.

그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할 일이 없어 종일 집에 있다가 문득 내가 뭘 하는 거지생각하던 때. 그는 지금 쉴 틈 없이 바쁘다. 그는 가수 비이고 탤런트 정지훈이다. 22일 베이징 공연을 마치고는 드라마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다시 콘서트 투어에 나선다.

이종격투기 장면 촬영을 앞두고 그는 두 달 전부터 하루에 줄넘기를 2000번 씩 했다. 아침에는 닭가슴살, 저녁에는 꽁치 하나만 반찬 삼아 밥을 먹으며 몸을 만들었다. 촬영을 하다가 다친 것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액션 장면은 할 만한데 감정 연기가 어렵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연습하면 되는데 감정은 배울 수가 없다. 그래서 강복구라는 인간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려 애쓴다고 했다.

탤런트 정지훈은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KBS2)로 데뷔했고 풀하우스(KBS2)로 주목받았다. 그는 이제 세 번째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으로 가수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떨쳐내기를 바란다. 상두야 학교 가자에 이어 다시 만난 이경희 작가는 그를 보물 같은 배우라고 평한다. 상대역 신민아도 그가 가수라는 게 생각 안 날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지훈은 강복구라고 답했다. 그만큼 캐릭터에 빠졌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한 시간 투자해서 평생 겪어볼까 말까한 사랑을 얻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