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48) 씨는 국민연금 최고 등급인 45등급(월소득 345만 원 이상)으로 매달 32만4000원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한다. 반면 건강보험은 소득과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받을 수 있는 지역 1등급으로 월 4428원만 내고 있다.
자신이 낸 금액에 비례해 노후에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연금보험료는 고액을 납부하는 반면 소멸성 단기 보험인 건강보험료는 최대한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이처럼 얌체족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실한 가입자 관리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징수 체계가 이원화된 데 따른 현상으로 소득파악률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얌체족 기승=27일 건보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재희(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가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5만9000개 사업장의 11만4458명이 건강보험상에 피부양자나 지역 가입자로 기재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이 국민연금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되는 것은 위법이라고 따지자, 이성재() 건보공단 이사장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건강보험료 사용자 부담을 기피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무임승차자 중에는 대기업 직원도 많았다. KT 직원 최모(40) 씨는 국민연금 가입일이 2001년 10월 1일인데도 현재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다. 현대건설 직원 김모(57) 씨도 국민연금에는 2003년 7월 가입했으나 건강보험은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
또 국민연금 최고 등급 45등급인 사람들 중 108명이 5등급 미만의 건강보험 등급을 받아 월 1만 원 미만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건보공단의 관리 부실=건보공단 측은 국민연금은 신고소득, 건강보험료는 국세청 확정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불일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두 공단은 1년에 한 차례 각 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교환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두 기관이 제대로 자료 교환을 하지 않았던 것. 건보공단은 이날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자료 연계를 제대로 한 것은 올해 6월이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의료보험지역조합과 의료보험직장조합, 공무원 및 사립학교교직원관리공단 3개 조직이 합쳐져 2000년 출범한 건보공단은 234개 시군구에 227개 지사를 두고 921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1987년 출범한 연금공단은 전국에 89개 지사를 두었으며 직원은 4790명이다.
유럽의 경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징수는 사회보험청이 통합 관리하고 있다.
방만한 운영=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건보공단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박재완(한나라당) 의원은 2002년 이후 가입자 자격 관리 등 주요 업무가 전산화돼 업무량이 줄었는데도 건보공단이 시군구별 1지사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전국에 104개가 있는 세무서가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화(한나라당) 의원도 정부 기준에 따르면 노동조합 전임자가 11명이어야 하는데 어째서 전임자가 78명이나 되느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