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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기업 줄섰는데 사줄 곳은

Posted September. 14, 200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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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에 이어 제2차 기업 인수합병(M&A) 대전()이 시작됐다.

재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만한 굵직굵직한 기업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기업 내용도 좋아졌다.

하지만 마땅한 인수 후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 대상 기업의 값이 워낙 오른 데다 토종 자본론 등 인수 후보 자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옛 대우와 쌍용, 현대 계열사 및 은행 카드회사 등 20여 개의 초대형 매물이 쏟아져 나와 약 50조 원 규모의 M&A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대우정밀 대우건설 등 대부분의 옛 대우 계열사는 연내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쌍용건설과 쌍용 등 옛 쌍용 계열사, 현대건설 현대오토넷 하이닉스반도체 등 옛 현대 계열사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매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인수 후보들은 관심이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인천정유 매각 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섰던 미래에셋 관계자는 1조5000억 원가량을 써 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을 자신했는데 SK가 3조 원대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차라리 해외로 눈을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 정치권 등에서 미리 여론 재판을 벌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디에는 팔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

특히 몇 년 전만 해도 정부까지 나서서 끌어들였던 해외 자본은 최근 역차별을 당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배척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청구 인수를 추진하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B시너웍스 컨소시엄이 본 계약을 한 뒤 대금을 내지 못했는데도 법원이 예비 협상자인 론스타에 기회를 주지 않고 재입찰을 결정하자 재입찰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은 이들 부실기업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환위기 직후에는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의 매각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매물 규모나 성격이 완전히 달라 제값에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민 김선우 smhong@donga.com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