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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욕시장 마케팅

Posted September. 03, 20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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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은 계절에 앞서 갖가지 판촉행사를 한다. 한 달 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고객 모으기를 위해 미국 뉴욕을 소재로 골랐다. 평소 내세웠던 도회적 세련미와 연결지어 매장에 뉴욕 사진들을 걸어 놓고 뉴욕 패션을 연상시키는 상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추가했다. 뉴욕시장의 편지라도 한 통 받아오면 잘 써먹을 텐데. 조심스럽게 주한 미국대사관에 요청하자 뜻밖에도 적극적인 지원 약속이 나왔다.

2주 전 배달된 편지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었다. 현대백화점 고객님께로 시작되는 편지는 독특한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만인의 고향 뉴욕에 한국 친구들이 직접 오셔서 이 도시의 매력을 찾아보시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블룸버그 시장은 1t 무게의 선물도 보냈다. 관광객용 뉴욕 시 가이드북 5000부, 메이시 백화점과 우드베리 아웃렛의 할인쿠폰이 각각 1000장씩 들어 있었다. 뉴욕 시 관광청장, 주한 미대사관 대리대사의 초청편지도 잇따라 날아들었다.

하나를 기대했다가 10개를 얻게 된 현대백화점 측은 선물에 감동해 뉴욕의 홍보대사가 됐다. 8월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리는 개점 17주년 사은행사 주제는 뉴욕의 가을로 바뀌었다. 뉴욕의 서정()이 짙게 밴,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영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여행 경품, 패션 꾸미기 등 행사의 타깃도 모두 뉴욕이 돼버렸다. 블룸버그 시장의 선물은 고객들에게 나눠진다. 10개를 주고 100개쯤 되받을 기회를 잡은 측은 뉴욕 시다.

재산 50억 달러로 미국 34위 부자인 블룸버그 시장은 늘 상공인의 편에 선다. 세금으로 뉴욕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미디어그룹을 키워낸 사업가 출신인 때문이기도 하다. 뉴욕이 경기 부진에 허덕이던 작년 여름 관광업계 대표들과 함께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을 (정상가의 20%인) 20달러에 보시라면서 홍보 기자회견을 한 것이 한 예다. 바다 건너 한국 백화점 직원들까지 감동시킨 힘은 평소의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나왔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