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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본 배우들

Posted July. 19, 200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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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변했다.

그가 주연한 친절한 금자씨(28일 개봉)의 금자는 자신을 배신한 남성에게 복수하려고 13년을 절치부심한 독한 여성이다. 봄날은 간다(2001)의 은수가 상우(유지태)를 좀 매몰차게 대한 적은 있지만,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에게 복수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은 이영애가 정말 달라졌다고 말한다. 촬영장에서 그를 몇 달 동안 지켜본 박 감독이 이영애의 정체를 털어놓았다. 박 감독의 과거 영화에 출연했던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유지태 신하균이 어떤 사람인지도 들려줬다.

성실의 화신, 이영애=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촬영하면서 이병헌 김태우 신하균 등 동료 배우들과 자주 회식을 했다. 그때마다 이영애는 노래도 부르면서 재미있게 놀았는데 이번에는 혼자 영화를 이끌어가는 역이라 그런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운 촬영을 할 때도 힘든 기색 없이 항상 한 번 더를 요구했다. 내가 그만하면 됐다고 해도 어김없이 한 번 더였다. 이영애 자신은 어려운 역이라 자신이 없고, 명확하게 이 길이라고 (연기) 방향을 정하지도 못해서 그런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자기가 정한 길에 자꾸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이만하면 됐는데 왜 자꾸 더 하려고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연기가 더 나아질 때가 상당히 많았다.

이영애는 굉장히 집요한 사람이다. 자꾸 캐묻고 뭔가 완벽하게 납득될 때까지 감독을 괴롭히는 배우로 남자 중에 이병헌이 있다면 여자 중에는 이영애가 있다. 이영애는 아주 복잡한 사람이어서 정말 끝까지 속내를 파악할 수 없거나, 아니면 너무 단순해서 보이는 그대로인 사람이다. 내가 겪은 바로는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인 것 같다.

끄덕끄덕 대 꼬치꼬치=배우 중에는 감독이 이렇게 하라고 하면 넵하고 대답한 뒤 실제로는 자기 식대로 연기하는 끄덕끄덕파와 왜 그래야 하죠? 이건 안 되나요?하며 감독에게 캐묻는 꼬치꼬치파가 있다.

내 영화들에 출연한 최민식 송강호 신하균은 끄덕끄덕파인데 그 중 최고봉은 신하균이다. 그는 감독의 지시에 네라는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최민식은 프로페셔널이라는 느낌이 제일 강한 배우다. 연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과 소신에서도 그렇다.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제일 중시한다. 송강호는 연기할 때 표현을 자꾸 덜어내려 한다. 촬영할 때도 감독이 이 부분은 필요 없으니까 빼자고 할 때 더 만족한다. 신하균은 가장 말도 없고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분명히 감춰진 광기가 있다.

이병헌 유지태 이영애는 꼬치꼬치파인데 최고봉은 역시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예술가의 자의식보다는 보통사람의 상식에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납득되기를 바란다. 쓰리 몬스터 찍을 때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시켰는데 와 재미있다며 그대로 연기했다. 유지태는 엄청나게 노력하고 그 노력이 좋은 결과로 드러난다. 봄날은 간다 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같은 일련의 영화에서 완전히 다른, 그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끄덕끄덕파는 자신들이 알아서 잘하니까 일은 편하다. 대신 꼬치꼬치파는 서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뭔가 만들어지니까 감독인 나도 한몫한 느낌이어서 재미있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