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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 붉은 애국심 하나로 산다

Posted July. 16, 200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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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 탑건.

영화 속의 전투기 조종사(파일럿)는 동서양 어디서나 멋지다.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파일럿의 일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되다. 비행훈련과 평가, 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다. 자칫하면 13일 밤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사고로 산화()한 그들처럼 꽃다운 나이에 조국의 산하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 그들의 일상과 훈련과정 등을 들여다봤다.

애환=수십 억 원부터 수백 억 원대에 이르는 전투기를 몰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들은 한마디로 나라에 매인 몸이다. 비상출격에 대비해 영내 거주가 원칙이다. 장시간 외출도 제한되며 휴가도 제대로 보내기 힘들다.

또 안전규정에 따라 비행하기 12시간 전부터는 술을 마실 수 없다. 다음 날 비행이 계획되면 최소 8시간은 수면을 취하도록 돼 있다. 군의관한테 매일 건강검진을 받고 감기약 등 흔한 약물도 군의관의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화장실을 비롯해 조종사들의 일상 공간에는 항상 클래식 음악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몸값이 천문학적인 프로 스포츠 선수의 몸 관리에 못지않다.

조종사의 컨디션이 전투력에 직결될 뿐 아니라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행 예정 조종사의 바이오리듬이 나쁘거나 건강에 약간의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비행 임무에서 제외된다.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보니 금기도 적지 않다. 비행 전날 밤 나쁜 꿈을 꾸면 지휘관에게 비행 취소를 건의할 수도 있다. 한 조종사는 조종사의 아내가 악몽을 꾼 경우에도 비행 취소를 요청하는 사랑의 전화를 오래전부터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비행 전 용변을 볼 때 자기만의 화장실 칸을 사용하거나 특정 음식을 가리는 등 저마다 징크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륜이 쌓일수록 징크스를 깨거나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생활에 비해 대우는 그리 후한 편이 아니다. 비행경력 10년차 교관급 조종사의 경우 월급 외에 매달 비행수당 70만80만 원, 증식비 8만 원을 받는다. 비행수당은 최근 8년간 단 한 차례 5% 올랐을 뿐이다. 공군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과 조국의 영공을 수호한다는 책임감이 이들의 버팀목이다.

훈련과 평가의 연속=일반 조종사들은 매주 평균 3, 4차례 비행훈련을 실시한다. 베테랑인 교관급 조종사들은 야간비행을 포함해 5, 6차례까지 비행에 나선다.

시속 500km 이상의 급격한 공중기동이 다반사인 전투기의 경우 단 한 차례 비행에도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또 비행 중에는 지상관제소와의 교신을 비롯해 수많은 계기의 작동 점검, 기상 관측 등을 하느라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이번에 사고를 낸, 저고도 경보장치가 없는 F-5E/F나 F-4E 기종으로 야간비행 훈련을 할 때는 숙련된 조종사도 초긴장 상태다. 한 조종사는 하루에 주야간 비행을 모두 하면 비행 후 온몸이 너덜너덜한 걸레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라매를 향한 여정=조종사에게 건장한 신체는 기본이다.

조종 후보생 선발기준에 따르면 맨눈 시력은 0.8 이상이지만 첨단 항공장비의 발달로 내년부터 0.5로 완화된다. 실제로 공군 조종사 10명 중 1명꼴로 안경을 쓰고 비행한다. 흉터가 있으면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속설과 달리 심한 흉터가 아닌 맹장수술 자국 정도라면 전투기 조종에 무리가 없다.

조종사가 되려면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도 약 2년간 험난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훈련과정을 거쳐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비율은 공사 출신의 경우 1기수(180여 명) 중 25% 안팎이다.

전 비행교육을 끝내고 일선 전투비행대대에 배속된 뒤 추가교육을 마친 조종사를 요기 조종사라고 부른다. 요기 조종사 1인 양성비용은 약 30억 원.

공군 관계자는 요기가 분대장과 편대장을 거쳐 총비행시간이 750시간 이상인 베테랑 교관까지 되려면 8년의 시간과 1인당 최고 57억 원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