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마음을 열었더니 사람들이 몰려왔다

Posted June. 11, 2005 06:48   

中文

외부노출을 꺼려 왔던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한 달 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요즘에 책을 보면 어깨가 아파 다른 사람보고 읽어 달라 하는데 하워드 가드너의 Creating Minds같이 너무 좋은 책은 직접 읽는다고 하자 이 책이 한 달 만에 1500여 부가 나갔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열정과 기질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사실 이 회장이 언급하기 전까지는 불과 2500여 부만 팔린 주목받지 못하던 책이었다.

새삼 가드너 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차에 그의 최근작 체인징 마인드가 원제 그대로 번역돼 나왔다.

심리학자인 가드너 씨는 하버드대 교수, 보스턴 의대 신경학 부교수로서 지능, 창의력, 리더십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이론으로 심리학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는 열정과 기질에서 천재와 지능지수(IQ)가 별 상관이 없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IQ가 120(저자는 보통 사람의 수치라고 했다) 정도만 넘으면 누구라도 월등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지능은 IQ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이며 천재와 범재의 차이는 이 지능의 집중과 선택의 차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창안한 지능의 영역은 언어, 논리수학, 음악, 신체, 공간, 대인, 자연, 영성, 실존 등이다. 저자는 이것들을 아울러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이라 불렀다.

훌륭한 기술자는 신체지능이 우수한 것이고 조각가나 건축가는 공간지능, 종교나 정치지도자는 타인의 욕구를 파악하는 대인지능, 동식물 연구가들은 다양한 생물체와 교감할 수 있는 자연지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영성이나 실존지능(나는 누구인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는 능력)은 현대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한마디로 이질성과 다양성이 화두인 현대사회의 인간들을 다층적으로 이해할 틀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면 지능들의 집중과 선택만이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는가? 열정과 기질이 인간 개개인의 내면에 치중했다면 체인징 마인드는 타인들과의 관계에 주목해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남의 마음을 변화시켰는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정치지도자에서부터 과학자, 대학 총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예술가들까지 다양한 성공인들을 예로 들며 이들의 뛰어난 지능은 무엇이었으며 이들이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타인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각각의 개인이 갖고 있는 개념(concept)을 바꾸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stories)로 만드는 기술(skill)과 이론(theories), 실천, 사람 관리에서의 채찍과 당근의 적절한 배합, 자신의 메시지를 여러 가지 다양한 형식으로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일치하는 삶의 궤적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타인의 마음을 알아채는 대인지능이 뛰어났으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간디 등은 언어 및 비언어적 표현(행동)에 능했다고 평가했다. 언어지능이 뛰어났던 시스코(Cisco)사 CEO 존 체임버스 씨는 수사학적 과장법에 지나치게 의존해 변화를 이끄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는다.

언뜻 보면 뻔한 성공학 개론서 같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심리학의 대가라는 저자도 결국 타인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진심과 열린 사고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온갖 유혹과 저항에 시달리며 삶의 원칙과 본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메시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다중지능(김영사) Good Work(생각의 나무) 비범성의 발견(해냄) 등이 있다. 원제 Changing Minds(2005년).



허문명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