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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같은 남편? 정말 남편을 죽이라고 한다면

웬수같은 남편? 정말 남편을 죽이라고 한다면

Posted June. 09, 200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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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웬수 같은 여편네(혹은 남편)라고 한다. 한 이불 속에서 서로 살 맞대고 잠들지만 죽이고 싶도록 미운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는 게 부부지간이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이런 부부의 마음을 총탄과 폭탄으로 구체화시켜 서로에게 쏘아붙이도록 만든 액션영화이자 로맨틱코미디다.

결혼한 지 5년인지 6년인지도 어슴푸레한 존(브래드 피트)과 제인(안젤리나 졸리) 스미스 부부는 겉으로는 건설업자, 컴퓨터 시스템 컨설턴트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조직에 소속된 특급 킬러.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슬슬 권태를 느껴 카운슬러에게 부부관계 상담을 받는 처지다.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임무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서로의 작전을 망쳐버린 뒤 부부는 배우자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없애라는 새 임무를 받는다.

총격 및 폭파 액션으로 점철된 예고편과는 달리 영화는 카운슬러 앞에 나란히 앉은 두 부부가 번갈아 질문에 답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스미스 부부의 상황은 56년차 보통 부부의 문제와 다를 바 없다. 부부 사이에 벽이 놓인 듯하고 속내도 잘 털어놓지 않지만 살얼음판 같은 일상은 그냥저냥 유지하는 것 말이다. 이름들이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존과 제인이고, 성() 역시 흔한 스미스인 것도 이들의 문제가 보편적임을 암시하는 장치다.

그저 버벌(verbal말로 하는) 코미디로도 충분할 것 같은 내용에 액션이 필요한 것은 바로 총, 칼, 폭탄이 스미스 부부 갈등의 기승전결을 형상화하기 때문이다. 권총으로 벤츠 자동차에 구멍을 내는 것으로 시작한 액션은 기관총, 바주카포, 첨단 지뢰가 난무하고 심지어는 집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는 데까지 이른다.

제인이 존보다 훨씬 강하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것은 재미있다. 사건의 단서를 쥔 애송이 킬러에게 차근차근 자백을 받으려는 존 대신 주먹 한방으로 털어놓게 만드는 것은 제인이다. 존이 제인에게 겁쟁이(chicken)라고 비아냥거리면 제인은 기집애(pussy)라고 받는다. 실제 생활에서 두 번 이혼을 했거나(졸리) 결혼 4년여 만에 결별한(피트) 두 스타 배우가 출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영화 제목은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이 1941년에 만든 로맨틱 코미디에서 따왔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