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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의실은 늘 꽉찬다

Posted May. 28, 200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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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오우, 사장님 나빠요. 이것저것 사업해서 돈 없어지게 한 사장님 아웃(out)!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 전공 수업. 하심 알파드 하일(22사우디아라비아) 씨가 외국인노동자 연기를 해 유명세를 탄 개그맨 흉내를 내자 강의실은 온통 웃음바다로 뒤덮였다. 그가 표현하고 있는 상황은 몇 년 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경영난에 빠졌던 한 프랑스 미디어그룹의 잦은 경영진 교체 상황. 상황극이 끝나자 학생들은 핵심 역량 사업에 집중하자 돈 되는 핵심 사업은 팔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으로 전환하자는 설전을 벌였다.

#장면 2

선생님, 음파가 진짜 이렇게 지네처럼 생겼단 말이에요?

자연대 물리학부 1학년 전공 강의실. 폭 50cm 길이 1.5m의 생선 갈비뼈처럼 생긴 음파 궤적()기를 보고 학생들이 마냥 신기해한다. 전원을 켜자 양쪽에 붙어 있는 막대가 파도처럼 움직이며 음파의 이동 궤적을 표현한다. 이를 본 학생들은 음파가 벽에 반사되면 진동 폭이 커지는데, 그래서 소란한 방에서 벽 앞에 서면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건가요 등등의 질문을 쏟아 낸다. 이어지던 질문 공세는 교수의 근데 이거 내가 만든 거다라는 말에 잠시 침묵이 흐르다 와!라는 함성이 쏟아진다.

#장면 3

여러분, 자다가 이성과 교제하는 꿈을 꾼 적 있죠? 난데없는 질문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남학생은 처음 보는 여자 여러 명을, 여학생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 한 명을 본 경우가 많을 거예요. 이게 바로 남녀의 심리 차이죠.

사회대 심리학 강의실. 학생들은 웃고 떠드느라 소란스럽다가도 교수가 입을 열면 이내 눈과 귀를 집중한다.

최근 서울대에 오감() 체험 프로그램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강좌를 이끄는 트로이카는 경영대 송재용(41), 물리학과 유재준(38), 심리학과 최인철(43) 교수. 미국 유명 대학에서 강의하다 최근에 영입된 이들 젊은 교수가 강의하는 수업의 공통점은 학생들이 직접 즐기고 느끼며 참여하게 한다는 점.

유 교수는 수업에 필요한 실험실습기를 직접 고안하고 제작한다. 유 교수는 파동이나 음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오감학습을 위해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이용해 소품을 만들다 보니 주말에 쉴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비유의 화신이라는 별명으로 타 대학에서도 유명한 최 교수는 흥미 유발은 동기 부여에서 그칠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배운 것이 얼마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강좌는 학내외 각종 대학생 여론조사에서 가장 듣고 싶은 수업으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강의실을 채우는 학생의 15% 정도가 청강생이다.

수강신청을 하려면 접수일 전날 밤부터 온라인 접수를 위해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 것은 기본. 접수 시작 3분이 채 안돼 정원이 다 찬다. 수강신청 마감 후엔 교수를 직접 찾아가 애원하는 학생도 많다.



김재영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