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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목씻고 종교간 대화 큰 기여

Posted April. 04, 2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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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3일 한국 천주교계도 교황의 서거를 애도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 명동성당을 비롯한 전국의 성당에는 교황을 추모하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수환() 추기경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등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추모행사 계획을 발표하고 교황과의 개인적 인연 등을 회고했다.

추모 물결=전국 18개 교구는 3일 오전 교황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주교좌()성당에 빈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고 있다.

명동성당은 이날 새벽 지하예배당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이어 10회의 미사 모두를 교황 추모미사로 진행했다.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의 집전으로 진행된 정오 미사에는 2000여 명의 신도가 참석했다. 정 대주교는 이 미사에서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세계 평화에 크게 이바지한 위대한 인물을 잃어버린 데 대해 아쉬움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명동성당 추모미사에 참석한 황세진(25여경기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씨는 교황이 남기신 평화의 메시지는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의 가슴속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명동성당 분향소에는 김 추기경, 한국종교연합 대표 진월 스님,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이 조문했다. 수천 명의 조문 행렬이 온종일 이어졌고 슬픔을 못 이긴 일부 조문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추기경의 회고=김 추기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방한 당시 감동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보이셨다면서 대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교황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기도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흐른 뒤 수행원들이 돌아봤더니 여전히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아니라 성당 같았다고 회고했다.

김 추기경은 또 만 70세가 되던 1992년 서울교구장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며 교황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얼마 후 교황으로부터 무슨 뜻인지 알겠으나 교구를 위해 좀 더 봉사해주십시오. 나를 보십시오. 김 추기경보다 두 살이 많은 나도 이렇게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장문의 친서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장익(춘천교구장) 주교의 회고=로마에서 공부하던 중 방한을 앞둔 교황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장 주교는 (교황께서) 워낙 바쁘신 분이어서 정기 지도는 못 해드리고 40여 차례 거처에 들러 한국말을 가르쳐 드렸다며 그 바쁘신 일정 중에도 나를 5분 이상 기다리게 한 적이 없고, 놀랄 정도로 진지하게 공부에 임하셨다고 전했다.

장 주교는 교황께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모든 말을 한국말로 해야 겠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무리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중간에 하다 못하더라도 하는 데까진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어떻게 한국에 가서 다른 나라 말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셨다고 회고했다.

종교계 반응=다른 종교계 지도자들도 이날 잇달아 추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반목과 갈등과 투쟁이 심한 이 세상에서 평화, 평등, 자유를 주창한 어버이 같은 분이었다고 말했고, 천태종 전운덕() 총무원장은 교황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위대한 종교지도자인 교황의 서거를 온 세계인과 함께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밝혔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교황께서는 세계 평화와 종교 간의 대화에 크게 기여하셨다고 발표했다.



허문명 신수정 angelhuh@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