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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숫자놀음

Posted January. 30, 20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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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2008년까지 우리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해 선진국 문턱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국민은 의아할 것이다. 참여정부 임기 중 별로 경제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3년 뒤에 선진국 문턱에 진입할 수 있는가.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든지, 통계에 대해 무지했든지, 아니면 보좌진이 대통령을 오도()하지 않았으면 가능하지 않을 시나리오다.

마()의 2만 달러라는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그것은 통계적 착시현상에 의한 것이다. 우선 작년에 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1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것이 원화 표시 국민소득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달러 표시 국민소득을 급증시킨 것이다. 달러 표시 국민소득 증가분 중 67% 정도가 환율 하락 덕분이다.

그 다음에 작년 한국은행이 국민소득 추계방식을 바꾸었는데 이것이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명목 국민소득을 14% 이상 증가시켰다. 국민계정의 기준연도를 1993년에서 2000년으로 바꾸고, 국민소득의 내용인 국민경제체계(SNA)를 1968년 기준에서 1993년 기준으로 전환한 것이다. 최근의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기준연도를 5년마다 바꾸고 유엔의 권고에 따라 새로운 국민경제 편제기준(1993 SNA)으로 바꾸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증가한 명목 국민소득이 진짜 국민소득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바뀐 추계방식으로 지난 몇 년간의 경제성장률을 다시 계산해 보면 거의 차이가 없다. 수치상으로만 국민소득이 높아졌지 실제로 경제 성장을 더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국민소득 추계방식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선진국 진입의 1차 관문인 2만 달러는 2008년에 가면 2만50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숫자놀음으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성린 객원논설위원한양대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