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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쫓겨나는 임대아파트 입주 서민들

[사설] 쫓겨나는 임대아파트 입주 서민들

Posted December. 23, 200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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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연금기금까지 동원해 임대주택의 공급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택정책 중 하나다. 그러나 이미 지어진 민간 임대아파트에 세()들어 입주한 서민들이 보증금도 못 건지고 거리로 쫓겨나는 사태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간 임대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업체들이 부동산시장의 경기() 실종 여파로 줄도산하는 데 따라 임대아파트 자체가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단지 전체가 경매에 들어간 민간 임대아파트만도 1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는 부도난 임대아파트가 40만 가구라는 추계까지 내놓고 있다. 임대아파트의 경매가 이루어지고 나면 세입자들은 거의 꼼짝없이 쫓겨나야 하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 가운데 상당액을 떼이기 십상이다.

이 같은 피해를 보는 영세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분양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민간 임대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해 곤란하다고 하지만 새로 임대주택을 더 짓기 위해 연기금까지 투입하겠다는 마당에 변명이 될 수 없다. 이미 살고 있는 입주자들조차 거리로 나앉는 판에 임대주택을 무작정 늘린다고 서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한 정책을 쏟아 낸 명분은 서민 주거안정과 빈부격차 해소였다. 하지만 결과는, 강남 부동산 부자들이 아니라 임대주택에 사는 서민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어제 전국의 주택투기지역 11곳을 해제하고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 병 주고 약 주는 조치만으로 부동산 경기를 살려내기는 어렵다. 투기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추가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