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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쟁과 협력

Posted December. 12, 20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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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국사회학회 후기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 사회변동과 사회통합을 주제로 이틀에 걸쳐 14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된 매머드 학술대회였다. 은퇴한 원로 사회학자에서부터 대학원생까지 참여의 폭도 넓었고 수도권과 지방,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균형 잡힌 참여의 성격도 특징적이었다.

한국인은 경쟁은 잘하는데 협력은 잘못하는 것 같다. 한국사회학회는 회원이 1000명에 이르는 사회과학계의 대표적 학회 가운데 하나다. 그런 학회가 지난 몇 년간 경쟁적인 분화를 거치면서 수많은 분과 학회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정작 모태인 한국사회학회는 활동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졌다. 학술대회는 참여가 부족해 이틀 일정도 다 채우지 못했고, 투고 논문이 없어 학술지 발간횟수를 줄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있는 제도를 외면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든 결과였다. 경쟁은 잘하는데 협력은 잘못하는 단적인 예가 사회학계에도 나타났던 것이다.

금년에는 한국사회학회 내에서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한 결과 학회가 살아났다. 모든 분과 학회들이 학회 내로 들어오도록 유도해 분과별로 패널 조직을 맡겼다. 이를 통해 패널 조직이 활성화됐다. 논문 발표가 넘치고 패널 수가 너무 많아 12개 패널이 동시에 진행되는 기록적인 일이 벌어졌다. 초여름에 치른 전기 학술대회도 이 같은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학회지에 투고하는 논문도 쇄도하고 있다. 경쟁을 통한 통합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이 큰 숙제로 대두됐다. 정치는 갈등조정 역할을 못하고 갈등조정 시스템도 없다. 정치인들도 경쟁만 하지 협력을 하지 못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당내에서 경쟁적으로 이런저런 모임을 만드는 모습을 볼 때 그렇다. 기존 조직인 정당과 국회를 통해 활동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새 조직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 결과 당론도 없고 정쟁()을 해도 누가 나서서 매듭을 지어야 할지 구심점도, 규칙도 없다. 여의도에서부터 협력과 통합을 못하는데 전체 국민통합이 일어나기를 바랄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수 훈 객원 논설위원경남대 교수국제정치경제

leesh@kyu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