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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시험 두 여학생 3년콤비였다

Posted November. 25, 20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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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신 쳐주다 적발된 서울 S여대 제적생 K씨(23회사원)가 의뢰자인 삼수생 J씨(20여)를 대신해 지난해와 2002년에도 대리시험을 치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교생들의 대규모 휴대전화 부정행위에 이어 이처럼 이들이 세 번이나 대리시험을 치른 데다 과거 두 번은 무사히 넘어간 사실이 확인되자 다시 한 번 수능시험의 관리감독체계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개요=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K씨와 J씨는 2002년 10월경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이. 당시 고3이었던 J씨는 그해 8월 서울 S여대를 그만 둔 K씨가 대학생인 줄 알고 친해진 뒤 시험을 쳐주면 돈을 주겠다며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이후 J씨는 수능 전날인 그해 11월 4일 광주 북구 백운동의 한 모텔에서 현금 100만원을 직접 주는 등 4개월에 걸쳐 계좌이체 등을 통해 모두 600만원을 K씨에게 건넸다.

K씨는 이후 광주의 J여고에서 대리시험을 봤으나 점수(약 310점)가 예상보다 턱없이 낮게 나와 대리시험을 부탁했던 J씨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여전히 K씨를 대학생으로 믿었던 J씨는 지난해 또다시 K씨에게 650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부탁해 광주의 한 전문대에 입학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평소 서울 S대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한 J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둔 뒤 올해 또다시 629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결국 세 번째에 들통이 났다. J씨는 실제로 삼수생이었던 셈.

울산이 고향인 K씨는 울산에서 고교까지 졸업한 뒤 2001년 서울 S여대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2002년 8월 제적됐다.

경찰은 J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25일 구속했으며 K씨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사건 배경=J씨가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K씨에게 3년 계속 대리시험을 맡긴 것은 K씨가 여전히 명문대의 정법학부에 다니는 대학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

검거 당시까지도 K씨를 대학생으로 알고 있던 J씨는 언니가 입학할 때 374점이란 높은 수능 점수를 얻었고, 대리시험에도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도 친해져 다른 누구보다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J씨는 올해 6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대에 여전히 다니고 있는 것처럼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고 등록금을 모았다. 작년과 재작년엔 학원비로 받은 돈과 용돈 및 아르바이트 급여를 모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S사 계약직 직원인 K씨는 남동생과 함께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생활해 왔다.

의혹 및 문제점=J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대로 성적도 못내는 K씨에게 인간적인 신뢰만으로 3년이나 연속해 대리시험을 부탁한 점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또 K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월 120만원 정도의 계약직이라지만 국내 유명 반도체업체인 S사 직원인 점 등으로 미뤄 단순히 생활고 때문에 대리시험을 봐줬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K씨의 은행계좌 및 K씨와 J씨의 휴대전화 통화 명세를 조회해 제3자나 외부브로커의 개입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