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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 본령 어떻게 되찾을 텐가

Posted November. 24, 20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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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의 조직적 부정행위와 관련해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교육의 본령()을 되찾는다는 관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옳은 얘기이긴 하지만 교육의 본령을 어떻게 되찾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 부총리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정보기술적 차원을 넘어선 교육의 본질 문제로 인성()교육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한다고 말한 것도 적절하다. 그렇다면 누가 교육을 철저하지 못하게 했으며, 왜 이렇게까지 잘못됐는지 근원적 질문과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원인을 파고들자면 학벌 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까지 끝이 없겠지만 귀착점은 결국 대학입시제도다. 국가가 통제하는 획일적 시험을 통해 대학교육을 관리하고, 이를 위해 고교를 평준화해야 한다는 데 집착하는 한 교육의 본령은 되찾기 어렵다고 본다.

국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는 학생선발권을 학교에 돌려주는 것이 합리적이고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대학은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을 뽑아 책임지고 교육해서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사립 중고교 역시 학교의 명예를 걸고 가르치도록 교육소비자에게 학교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 사정과 주민 요구에 맞춰 자유롭게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등을 설립하도록 허용해야 옳다. 정부가 국공립 중고교 및 대학의 교육환경과 교원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무능하고 직무에 태만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교육당국이 모든 교육 관련 업무를 틀어쥐고 이 나라 미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자체가 교육의 본령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세계는 교육경쟁력을 위해 매진하는데 공교육 개선을 외면한 채 EBS 과외방송이나 강조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정부가 마련한다는 종합대책에는 행여 점수 위주의 인성교육이 들어있지 않기 바란다. 이번 부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 공무원을 추상같이 문책하는 것도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