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양준혁(35)은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묵은 짐 하나를 훌훌 털어 버렸다.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징크스를 마침내 깨버린 것.
13차전 3경기에서 10타수 5안타 타율 5할로 팀 내 1위는 물론이고 양 팀을 통틀어서도 최고. 2홈런 4타점 3득점. 매 경기 안타와 타점을 올렸고 1, 3차전에선 아치를 그렸다.
방망이를 거꾸로 쥐어도 3할을 친다는 양준혁. 하지만 가을 잔치라는 포스트시즌에는 이상하게 죽을 쒀 왔다. 플레이오프 통산 타율은 0.224에 그쳤고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 출전했지만 통산 타율 0.257.
올해에도 이런 모습은 달라지지 않는 듯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3타수 1안타로 타율 0.077. 중심 타자 노릇을 못하는 바람에 타순이 6번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급기야 큰 경기에 역시 약하다, 실속이 없다는 눈총까지 받았을 정도.
그러던 양준혁이 한국시리즈에서 확 달라졌다. 포스트시즌 41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없다가 21일 1차전에서 처음으로 대포를 쏘아 올린 게 신호탄.
3차전에서는 3-3이던 3회 2사 후 볼넷으로 1루에 나간 뒤 188cm, 95kg의 거구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잽싸게 2루 도루에 성공해 결승점까지 뽑았다. 또 이날 7-3으로 앞선 7회말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양준혁의 변신은 올해만큼은 우승 반지를 끼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현대 투수들의 피칭 패턴을 철저하게 연구한 덕분. 상대 투수에 따라 특유의 만세 타법을 버리고 예전 타격 폼으로 돌아가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다.
팀 분위기도 좋고 이번만큼은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대구야구장에 내걸린 위풍당당 양준혁이란 플래카드만큼이나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김종석 kjs0123@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