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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용장 덕장 지장이 펼치는 무인열전

33명의 용장 덕장 지장이 펼치는 무인열전

Posted May. 21, 20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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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를 바꾼 무인들

황원갑 지음

655쪽 2만3000원 인디북

민족사의 고비마다 전세()를 바꾼 무인 33명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현장 취재와 고증을 통해 풀어놓은 책이다. 명료하고 힘찬 문장과 다양한 전장() 사진, 인물 화보가 읽는 맛을 더한다. 강적에 맞선 승전기록들이 특히 박진감 넘친다.

수나라의 멸망은 네 차례 고구려 침공에서 대패했기 때문이다. 수 양제는 610년 1월 중국 사상 최대규모인 113만명의 원정군을 동원해, 복속을 거부하는 고구려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년 걸려도 요동성 하나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양제는 최측근 우문술에게 30만명을 주어 평양성을 직접 공격하게 했지만 을지문덕에게 유린당하고 만다. 을지문덕은 항복을 이유로 대담하게 우문술 진영을 살펴봤으며 일부러 연패해 그들을 내륙 깊숙이 유인했다. 수나라 보급로가 늘어지자 모든 고구려 민가의 먹을거리를 없애는 청야()전술을 썼다. 지치고 주린 수나라 군사는 2700여명만이 살아 돌아갔으며 우문술은 쇠사슬에 묶인 몸이 되었다. 얼마 못 가 양제는 우문술의 아들 칼에 피살됐으며 수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연개소문 김유신 계백 최영 권율 이순신 등 국민적 영웅들과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무장들의 삶과 무공까지 전해주고 있어 신선하다. 고구려 초기에 대제국의 기틀을 다진 부분노와 명림답부, 천년제국 신라의 도약기를 이끈 석우로와 김이사부, 화랑도의 대부였던 김문노, 당나라에 전광석화 같은 기습공격을 가한 발해 원정군 사령관 장문휴, 거란과 싸우다 포로가 됐지만 끝내 항복하지 않고 죽음을 당했던 고려의 강골무장 강조 등이 그들이다.

무장의 승전사뿐 아니라 무인다운 충절을 보인 대목들도 작지 않은 감동을 준다. 고려 성립기의 무장 신숭겸이 그렇다.

원래 능산이라 불리던 신숭겸은 고려 왕건의 지시를 받아 신궁()의 솜씨를 보인다. 저기 날아가는 세 번째 기러기의 왼쪽 날개를 맞혀보라는 지시를 현실화시킨 것이다. 감탄한 왕건은 기러기들이 날아가던 일대의 땅인 평산을 하사하는데 신숭겸이 평산 신씨의 시조가 되는 이유다. 신숭겸은 이후 후백제군이 공격해 들어와 왕건의 목숨이 위태롭자 왕건과 옷을 바꿔 입고 항전에 나섰다. 결국 왕건은 살아남았지만 신숭겸은 목 잘린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장이자 충신의 전범을 보인 것이다.

지은이 황원갑씨(60)는 소설가이자 언론인이다. 88년 역사인물기행을 펴낸 이래 한국사를 바꾼 여인들 등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역사서를 쓰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전기작가이자 재야사학자이기도 하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