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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영장 청구 머뭇

Posted December. 11, 2003 22:59   

11일 검찰에 소환된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처벌수위만 남은 셈이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51구속)에게서 지난해 11월 1억원을 받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 사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실장도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선거자금을 문 회장으로부터 받아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며 돈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또 그 과정에서 영수증 처리가 잘못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실장의 형사처벌 수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충분히 조사한 뒤 12일 신병처리를 결정하겠다는 원칙만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에서는 이 전 실장도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비리에 연루된 다른 대통령 측근과 마찬가지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실장이 수수한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이 대기업에서 받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과 차이가 나지만 기업의 비자금을 선거자금으로 받은 불법성에서는 본질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전 실장이 1억원을 모두 노 후보 캠프로 넘기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흔적이 없는 등 단순히 자금을 중개한 역할에 그쳤다면 구속영장 청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의 또 다른 386측근으로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과 관련해 나라종금 등에서 3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희정()씨의 경우 올 5월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전례도 있어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썬앤문그룹측이 단순 정치자금으로 돈을 제공했는지 아니면 로비를 위한 보험금으로 냈는지가 규명돼야 한다.

또 이 전 실장이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 전 실장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도 관심거리다. 이 전 실장에게 돈을 준 문 회장은 노 대통령의 고교 후배다.

이 전 실장이 다른 기업에서도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이 전 실장의 주장대로 문제의 돈이 민주당에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누가 받아서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검찰조사에서 규명돼야 한다.



이태훈 길진균 jefflee@donga.com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