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오전 방콕 하야트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이 문서 형태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이 같은 자신의 구상을 밝힌 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문서의 내용은 앞으로 5개국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고,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전(progress)을 보일 것을 전제로 다자 틀 내에서 안전 보장(security assurances)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혀 북한의 핵 폐기와 안전보장 문제에 관한 조치를 병행해 나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노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수긍했다고 배석했던 나종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 안전보장 방안은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북한에 대해 성명서 형태를 포함한 문서로 공동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미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조약의 형식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 안전보장 제공을 정상간의 공동발표문 형태로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의 선() 핵포기를 고수해왔던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동안 다자 틀 내에서의 안전보장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불가침조약을 요구해온 북한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또 공동발표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 야심을 포기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두 정상은 6자 회담과 관련해 6자회담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제거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평가한 뒤 2차 6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고 구체적 진전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서는 6자회담 참가국의 외교적 노력에 적극 호응하고, 상황 악화조치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와 관련해 추가파병의 성격과 형태,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국내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면서 이라크 현지 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우리군의 특성 및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부시 대통령은 추가 파병결정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한반도 안보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