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 유입에 따른 달러당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력이 거센 가운데 한국 외환당국의 개입 여력이 얼마나 될지 주목된다.
25일 외환당국자가 무제한 개입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처럼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과 발권력()을 통해 달러매입용 원화자금을 무제한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재정 상황과 한은 수지()를 살펴보면 당국의 현실적 여력은 외평채 발행한도인 3조8000억원을 크게 넘기 어렵다.
재경부는 외평채를 발행해 한은에 원화자금을 예치하고 한은은 이를 재원()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하지만 외평채 발행이자가 한은 예치금리보다 높아 역()마진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올해 이자 순손실만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추가 외평채 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은도 외환시장 개입대금을 발권할 때 증가된 통화를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을 통해 흡수하지 않으면 시중 콜금리가 하락해 한은의 콜금리 목표 하한선(3.65%)을 위협받게 된다.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약 4800억원. 또 6월 이후 지금까지는 7조100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이런 속도로 유입되고 당국이 현 수준 환율방어를 고수한다면 시장 개입용 실탄은 조만간 고갈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원화절상은 장기적 대세라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에 리즈앤드래그스(leads and lags)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리즈앤드래그스란 수출입 업자가 상품의 수출입 시기를 금리 차나 환시세 예상에 따라 의도적으로 앞당기거나(리드) 늦추는(래그) 현상을 말한다. 기업이 보유한 거주자 외화예금 규모는 20일 현재 156.3억달러(약 18조원)이다. 원화가치 상승이 분명하다면 기업은 보유 달러의 상당액을 팔게 되고 원화 환율하락은 가속화된다. 25일과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줄어들고 달러당 원화 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달러당 엔화 환율이 117엔에서 하락을 멈추고 재경부의 강력한 개입의지 표명으로 일단 안정세를 유지했다.
김용기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