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중심잃은 경제수장..불안 키운다

Posted May. 30, 2003 21:38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임기응변식 대처와 거듭된 말 바꾸기로 경제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팀 수장인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주요 현안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경기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흔들리는 경제정책 리더십조흥은행의 매각 사안에 대해 최근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8일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는 대신 정책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노조와 재경부 관료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 매각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으로 당연히 경제부총리가 챙겨야 하는 기본업무임을 감안할 때 김 부총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김 부총리는 또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해서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일부 완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총리가 취임 직후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 주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노무현() 대통령마저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지시했다.

김 부총리 스스로 발언을 뒤집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불과 보름여 만에 필요하면 적자 재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번복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화여대 김석준(행정학) 교수는 청와대 주변의 이른바 실세들이나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고 자처하는 장관들이 부총리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려면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며 정부 안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부총리의 입을 통해 일관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빗나가는 경제전망, 신뢰 잃은 금융정책박승 총재는 1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주도할 것이라며 투자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중앙은행이 콜금리를 올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토록 했다.

박 총재는 이후에도 4월 말까지 이라크전쟁, 북한 핵문제, SK글로벌사태 등 잇단 악재로 경기침체가 심화됐지만 경기가 하반기 또는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며 금리인하론에 굴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총재는 5월 들어서자마자 국내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적극적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콜금리를 인하했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중앙은행은 경기를 일반 경제주체들보다 먼저 예상해 경기 선행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당장 한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더욱이 박 총재가 29일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저성장-고실업시대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하자 연초의 낙관론에 비해 지나친 비관론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한은 총재는 재경부 등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 천광암 mhjh22@donga.com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