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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게놈지도

Posted April. 15, 2003 22:00   

영생()을 꿈꾼 중국의 진시황()은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 불로초를 찾아 천하를 헤맸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꿈으로 끝났다. 늙고 병들고 죽는 메커니즘은 인간의 능력으로 알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하물며 생명을 만들고 작동하는 것은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1953년 제임스 잡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인간의 유전정보가 담겨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구조를 밝혀냈을 때만 해도 인간이 생명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거의 없다.

국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14일 인간 게놈지도를 100%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인간게놈은 31억2000만쌍의 DNA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4만개에 가까운 유전자가 들어있다. 다시 말해 게놈지도는 사람의 생명에 관한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암호로 씌어진 생명의 설계도를 손에 넣었으니 하나씩 해독해 가는 과정만 남은 셈이다. 앞으로 20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해독작업이 끝나면 인간은 자신의 생로병사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버릴지도 모른다.

게놈지도를 모두 해독하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어난 지 1년 안에 사망하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은 감마씨 수용체라는 유전자 결핍 때문에 걸리는데 이런 유전병 치료가 획기적 전기를 맞게 된다. 암 치매 당뇨병 등 난치병도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내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이용해 특정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단백질을 생산할 수도 있다. 심지어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밝혀내 인간이 영원히 늙지 않게 하는 약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놈지도 해독으로 인간에게 장밋빛 미래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면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미 유전적으로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되면 유전정보의 우열을 가르는 제2의 인종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발이나 쌍꺼풀 등 자녀의 유전자를 미리 선택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200살까지 산다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신학적 질문이 남는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이렇게 묻는다. 자신의 종()을 재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자신의 운명의 종착지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김 상 영 논설위원



you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