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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3인3색 인터뷰

Posted February. 05, 20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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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이라크의 망명 종교지도자 사이드 무하메드 무실민과 언어학자이자 반전운동가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이라크 경제제재에 반대해 온 한스 폰 스포넥 전 유엔 이라크지원 조정관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각각 후세인 즉각 축출(무실민), 석유와 이란을 노린 미국의 음모 중단(촘스키), 이라크국민 지원(스포넥)을 주장하며 이라크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대변했다. 다음은 요약.

우리는 민주 이라크를 꿈꾼다(무실민)=이슬람 성직자로 아랍어를 가르치던 나는 학생들을 지나치게 많이 끌어들인다는 이유로 국가전복사범으로 몰렸다. 1415세 학생 6명과 내 동생, 조카가 갑자기 들이닥친 정부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8명이 감옥에 끌려가 지금도 생사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이라크를 원한다. 이라크인 모두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계속되는 살인에 지쳤다.

내 친구들은 후세인 체제에서 한시도 견딜 수 없다면서 서방국의 이라크 공격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군에 끌려가 실종된 이라크인만 50만명에 달한다. 서방의 반전운동가들은 이라크의 실상과 후세인 대통령의 위험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이라크의 참모습을 알게 되면 그들도 후세인 대통령 축출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911테러 이후 시작된 미국의 선전전(촘스키)=전 세계에 반전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은 정반대다.

911테러 이후 후세인 대통령은 끔찍한 인물이고, 그를 막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는 선전이 사람들을 호도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이유는 이라크를 손에 쥐게 되면 세계 주요 에너지원을 지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매파는 빠른 시일 안에 전쟁을 끝내고, 새 정부를 세워 민주정부라는 간판을 씌운 뒤 거대한 미군 기지를 세워 석유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간판뿐인 민주주의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인구의 60%에 달하는 시아파에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 더구나 이들은 이란의 시아파와 재결합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미국의 마지막 목표다. 이라크 다음은 이란이다.

강자들의 전쟁에 국민만 멍든다(스포넥)=이라크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민은 만성실업에 시달리고 있고 망가진 교육제도는 개선 가능성이 적다. 계속된 경제제재로 황폐해진 이라크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려면 전쟁 여부와 관계없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라크는 도시중심국가다. 고성능 무기와 대규모 공습을 앞세운 시가전이 벌어지면 엄청난 수의 이라크 민간인들이 희생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군인만 목표로 한다지만 민간인들과 뒤섞여 있어 군인만 찾아내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문객들은 이라크 국민에게서 깊어가는 절망과 두려움, 체념을 읽고 충격을 받게 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쟁 위협으로 심리적 공황이 팽배해 있다. 이들은 이미 살아갈 희망도 잃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더욱 심각한 비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비극을 막을 평화적 해법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