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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밝힌 선상만찬 기분 둥둥 맥주공장 시음파티 속 시원

불 밝힌 선상만찬 기분 둥둥 맥주공장 시음파티 속 시원

Posted January. 08, 200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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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타 현은 온천수 뿐 만 아니라 지하수도 수질 좋고 수량 많기로 소문난 고장. 그 가운데서도 과거 규슈의 경제중심지였던 히타는 시쿄() 히타라 불리는 곳. 삿포로맥주의 신 규슈 공장과 세 개의 청주공장이 여기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터.

나가사키를 출발, 동북진 하다가 들어선 오이타 현. 가장 먼저 히타를 지난다. 험준한 산악에 둘러싸인 곳. 도시는 그 한가운데 평지에 있다. 그 가운데로 미구마 강이 흐른다.

강변의 온천여관 산요칸()을 찾았다. 히타의 모든 온천 료칸()은 이 강변에 줄지어 있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날 저녁. 주인은 투숙객의 저녁식사를 방안이 아니라 배에 준비했다. 그 배는 로비 앞 계단 아래 여관전용 선착장에 있었고 집처럼 생긴 그 배 실내의 다다미방에는 일종의 연회식인 가이세키()요리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자리에 앉자 기모노 차림의 50대 여 종업원은 따뜻한 청주와 차가운 맥주, 그리고 회 게 등 술과 음식을 날랐다. 그동안 사공 두 명은 앞뒤에서 삿대로 배를 강심에 띄웠다. 야카타브네()라고 불리는 이 배를 타고 한 밤에 강상에서 즐기는 저녁식사는 알고 보니 물의 고장 히타의 명물. 한여름에는 온 강이 불 밝힌 야카타브네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한다.

이번엔 히타의 술 이야기다. 좋은 술은 좋은 물에서 나오는 법. 일본 전국에 공장을 아홉 개나 운영하는 일본 최초의 맥주회사 삿포로비어가 규슈에는 유일하게 히타에 공장을 세운 것만으로도 수향 히타의 명성은 증명된다. 히타 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의 삼나무 숲 속. 맥주공장은 거기에 있다. 공장이름을 비어 포리스트 힐(Beer Forest Hill)이라고 지은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맥주박물관으로 꾸며진 공장 1층 로비. 맥주제조 공정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견학 프로그램은 한 시간 정도. 마지막 코스는 맥주 맛보기다. 독일식 비어홀, 영국식 펍 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 바가 있고 거기서 신선한 생맥주를 따라 준다. 누구나 20분간 양껏 마실 수 있다. 1층에는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1899년 도쿄 긴자에 등장했던 최초의 비어홀이 재현돼 있고 지난 110년 간 생산된 모든 삿포로비어 제품이 전시돼 있다.

공원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산중턱 공장 앞 비어 포리스트 힐. 전망 좋은 자리에는 상가와 식당이 있다. 수향답게 그 앞에는 냇물이 흐른다. 이 식당에서는 쇠고기 스테이크 등을 맥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