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암호명 흰구름(White Cloud)인 첩보위성 체계를 동원해 지난달 서산호가 남포항을 출발할 때부터 감시에 들어갔다. 흰구름은 3종류의 위성을 배열한 것으로 선박이 발사하는 어떤 전자음도 가로챌 수 있으며, 선박의 정확한 항해지점을 삼각측량한 뒤 좌표를 미 국립해양정보센터 내 해군통제실로 전송할 수 있다.
이 위성 외에도 미 해군의 P-3 오라이언(Orion) 초계기가 정밀관측을 위해 현지 해상에 파견됐으며, 서산호의 무선교신은 미 국가안보국(NSA)이 운영하는 여러 감청소에서 도청됐다. 영국의 로이드 해상정보처에 의뢰한 결과 81년 건조된 서산호는 지난 3년 동안 선명을 3차례나 바꿨으며, 특히 선적국을 4차례나 변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국은 첩보위성의 가동 전, 그리고 해상검색 실시 전에도 서산호의 선적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11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예멘이 수백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내용을 적발했다. 보수강경논조의 워싱턴 타임스는 스페인이 서산호를 나포하기 일주일 전인 2일 북한 미사일의 예멘행을 첫 보도했다. 이 신문에 정보를 흘린 미 고위관리는 이 선박에 미사일 외에도 화학물질 질산이 실려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려줬다.
문제는 행정부 내 보수파들이 이 미사일의 최종 목적지가 이라크일지도 모른다고 들고일어났다는 점(월스트리트 저널). 예멘이 이 미사일을 구입한 사실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자 분위기가 직접 뒤져보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예멘은 올해 초 북한 미사일을 구입했다가 미국에 적발된 뒤 다시는 구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미국의 경제 제재조치를 피했다. 4일 미 정부는 예멘 정부에 비공식으로 사실 여부를 재확인했고 예멘 정부가 부인하자 5일 스페인군에 나포를 요청했다. 항구적 평화 작전에 참가 중인 스페인 프리깃함 나바라호와 파티노호는 하루 동안 따라붙은 끝에 9일 캄보디아 국적이라고 주장한 서산호를 나포했다.
그러나 예멘 정부가 몇해 전 북한과 체결한 계약에 따른 인도분이라면서 이 미사일들의 예멘행을 뒤늦게 시인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알 카에다 세력 소탕과 대이라크 군사작전의 요충지인 예멘의 입장을 감안, 미국은 이틀 만인 11일 이 배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홍은택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