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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번째…봉합하더라도 尹 ‘비정상’ 당정 인식 바꿔야

벌써 3번째…봉합하더라도 尹 ‘비정상’ 당정 인식 바꿔야

Posted January. 24, 2024 07:37   

Updated January. 24, 2024 07:37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의 충돌이 공개 사흘째를 맞아 봉합되는 듯한 양상이다. 윤 대통령이 충남 서천 화재현장을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한 위원장이 그곳을 찾아 두 사람이 만났다. 한 위원장은 만남 후에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자중지란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다.

정치적 공동체처럼 여겨지던 둘 사이의 견해차가 해소됐는지 알 수 없다. 또 사안의 본질인 ‘김건희 리스크’ 해법이 정리되지 않아 앞날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봉합이든 확전이든 비서실장을 보내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했다는 대통령의 행동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 주도로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그런 그에게 사퇴를 요구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김건희 여사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발언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대통령실측 설명이 있었다. 대통령 개인에게는 몰라도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충돌의 이유인지 의문이다. 한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을 바꿔놓으라며 맡긴 4월 총선은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용산 참모들이 이를 망각한 듯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한동훈 등장 때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로잡으라는 당부가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지난 주말 확인할 수 있었다. 집권당 대표는 대통령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든, 한 위원장과 맺은 20년 사적 관계 때문이든 대통령은 집권당 1인자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준석, 김기현 두 전임 당 대표가 물러나는 과정에도 이런 잘못된 인식이 작용했다. 대통령 취임이 2년도 안 된 시점에 벌써 3번째 반복됐다는 점이 놀랍다.

대통령은 집권당을 존중하는 동시에 활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따금 오는 오판의 순간에 집권당은 균형추와 비상등 역할을 한다. 집권당에게 자율권을 주고, 이견과 반론을 잘 활용할 때 대통령은 민심에 더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체제에서 이 핵심 작용이 약해졌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어제 봉합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김 여사 문제는 둘 사이에 필연적으로 재등장할 것이다. 봉합이 급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해법마련이 중요하고, 그 과정은 용산의 독주(獨走)가 아닌 당정의 2인3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