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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의 포효…세계탁구 男단식 1위 中판전둥 꺾어

이상수의 포효…세계탁구 男단식 1위 中판전둥 꺾어

Posted November. 03, 2023 09:05   

Updated November. 03, 20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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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전둥(26·중국)은 ‘탁구계의 조코비치’로 통한다. 탁구 선수 판전둥과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의 첫 번째 공통점은 ‘세계랭킹이 좀 떨어졌다’ 싶으면 어느새 1위 자리를 되찾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공격력만큼이나 빼어난 리시브 능력이다. 두 선수에게 ‘평범한 서브’를 넣었다가는 리턴 공격에 곧바로 한 방 먹기 일쑤다. 세 번째 공통점은 이 사실을 몰라서 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상수(33·삼성생명·27위)도 그랬다. 이상수는 서브가 장기인 선수로 평가받지만 판전둥 앞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이상수는 2013년 톈진 동아시안게임 때부터 올해 4월 제3회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대회 때까지 판전둥과 14번 맞붙어 14번 모두 패했다. 판전둥과 총 52세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상수는 딱 4세트(7.7%)밖에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15번째 맞대결을 치른 2일 모든 게 달라졌다. 이상수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제5회 WTT 챔피언스 남자 단식 16강에서 판전둥을 3-1(11-7, 9-11, 11-8, 13-11)로 꺾었다. 첫 맞대결 이후 10년 만에 14전 15기에 성공한 것. WTT는 “이상수가 판전둥을 침몰시키는 대반란(Colossal Upset)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이상수는 ‘얕은 서브+깊은 공격’ 조합으로 판전둥을 흔들었다. 서브에 회전을 많이 걸어 네트 앞에 떨어뜨린 뒤 공이 넘어오면 테이블 좌우 코너로 공을 돌려보냈다. 판전둥은 경기 내내 전후좌우로 계속 움직이며 이상수를 상대해야 했다. 그 바람에 리시브가 번번이 탁구대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판전둥은 “이상수는 오늘 거의 모든 면에서, 특히 서브에서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상수는 “한 번도 못 이겼던 선수를 이번에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 세계 1위를 이기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그게 내가 돼서 기쁘다”면서 “더욱 기쁜 건 승패를 떠나 연습한 것을 모두 보여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상수는 후배들에게 밀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왼손 에이스’ 임종훈도 이날 량징쿤(27·중국)을 3-1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여자 단식에 나선 ‘삐약이’ 신유빈(19·대한항공)도 자비네 빈터(31·독일)를 3-1로 물리치고 8강에 합류했다. WTT 챔피언스는 ITTF가 주최하는 WTT 4개 시리즈(챔피언스, 스타 컨텐더, 컨텐더, 피더) 가운데 최상위 대회로 남녀 단식 경기만 열린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