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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처 복무 점검… 그릇 깨도 일하는 공직사회 만들어야

전 부처 복무 점검… 그릇 깨도 일하는 공직사회 만들어야

Posted August. 28, 2023 08:27   

Updated August. 28, 20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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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이번 주부터 2주 이상 일정으로 전 부처에 대한 복무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들이 직접 부처를 찾아 일선 공무원들의 복무 실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 사태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에서 드러난 공직사회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복무점검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추석 전 추가 개각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풍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14명이 희생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선 정부도 청주시, 충북도, 경찰 등 방재기관 공무원들의 잘못이 빚은 관재(官災)라고 인정했다. 결국 5개 행정기관 공무원 36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전 세계 154개국에서 4만3000명이 참가한 잼버리 대회는 폭염에 지친 대원들이 중간에 야영장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대회 조직위원회를 주도한 여성가족부나 집행위원회를 맡은 전북도 등은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사고만 터지면 책임부터 피하고 보자는 공직사회의 고질적 풍토가 아닐 수 없다.

공직사회에서 역할과 직급에 맞는 분명한 업무지시와 공정한 평가에 기반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이를 통해 느슨해진 공무원들의 복무 태도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무 점검은 일방적인 지시에 따른 이행결과만 봐서는 안된다. 업무의 사전 계획과 이행 점검, 평가의 전 과정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지나치게 사후 이행 평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일변도로 진행되어선 안 될 것이다. 자칫 복무 점검이 기대한 성과 보다는 공직 사회를 얼어붙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급자가 회의를 주재하면 무조건 휴대폰 녹음 버튼을 눌러놓고 본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이 달라지면 사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상급자의 지시내용을 무조건 녹취해놓고 보는 보신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일선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일 것이다. 강도 높은 복무 점검도 필요하지만 공직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더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릇을 깨는 일이 있어도 어떤 책임을 묻지 않는 적극행정 면책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