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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재확인한 정전 70년의 서울과 평양

신냉전 재확인한 정전 70년의 서울과 평양

Posted July. 27, 2023 08:10   

Updated July. 27, 20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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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7일 정전협정 서명 70주년을 맞아 서울과 평양에선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선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대표단과 참전국 노병 64명이 전쟁으로 지켜낸 자유의 의미를 되새겼다. 노병들은 “참전은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며 한국의 발전에 감격했다. 평양에선 남침을 승인했던 러시아와 인민해방군을 파병했던 중국 대표단이 북한과 안보협력을 다졌다. 중러 대표단은 “조국 해방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이름 붙인 북한식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한다.

남과 북은 전쟁의 의미를 달리 해석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지금 북한이 중러 고위급을 초청해 대대적 열병식을 여는 속뜻을 잘 살펴야 한다. 북한은 코로나 발병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경을 열고 초청외교를 재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선제 핵 사용을 정당화하는 법령을 만들었고, 올 들어선 미사일 도발을 반복했지만 서방의 별다른 양보를 얻어낸 게 없다.

중러 방북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표단의 격이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군 정복 차림으로 군사대표단을 이끌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과 바그너 용병 그룹의 반란 등 어수선한 전쟁 중에 모스크바를 비운 것으로, 열병식 외에도 중요 목적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은 국가부주석이 대표를 맡았던 10년 전보다 급을 낮춰 리홍중 공산당 정치국 위원(국회 부의장급)이 평양에 왔다.

북한은 줄곧 러시아 편에서 전쟁을 지지해 왔다. 무기와 탄약이 부족해진 러시아를 은밀하게 돕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북한으로선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점을 빌미 삼아 대러 군사협력을 노골화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탄약과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첨단 전투기를 받는 식의 군사협력이 진행될 개연성을 배제 못 한다.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힌 정부로선 셈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다음 달에는 한미일 3국만의 정상회의에 나서 북중러 3국과 대비되는 ‘트리오 체제’를 논의한다. 북중러 3국 역시 어제와 오늘 평양에서 보듯 신냉전 시대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종전선언 70년을 맞은 서울과 평양의 상반된 모습은 우리 안보당국이 풀기 힘든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안보와 경제 면에서 대화상대다. 정부는 북러 밀착을 잘 살피는 것은 물론 위험요소를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 또 우리 국익에 부합한 의견은 동맹국에 내면서도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 반발짝 물러서는 속도조절의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