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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에 등 돌린 ‘차이나머니’, 자원 찾아 동남아-남미-중동으로

서방에 등 돌린 ‘차이나머니’, 자원 찾아 동남아-남미-중동으로

Posted July. 25, 2023 08:00   

Updated July. 25, 2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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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유럽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차이나머니’가 등을 돌리고 있다.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중국으로 몰려 든 ‘글로벌머니’도 떠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격화해 서로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두 나라 모두 손해 보는 ‘마이너스섬’ 게임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의 선진국 투자 늘지 않을 것”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가 1470억 달러(약 189조3360억 원)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최대였던 2016년(1961억 달러)과 비교하면 25% 줄었다.

특히 미국 유럽 같은 서방 선진국에서 중국 자본이 대거 빠져나갔다.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와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2016년 중국 기업이 주요 7개국(G7)에서 진행한 인수합병(M&A)은 120건이었지만 지난해 13건에 그쳤다. 같은 해 중국 기업 전체 해외 투자 중 42.8%인 840억 달러(107조6712억 원)가 G7에 쏠렸지만 지난해는 18%인 74억 달러(9조4779억 원)에 그쳤다.

또 2017년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미 뉴욕 맨해튼 랜드마크인 파크애비뉴 빌딩을 매입하는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자본은 주요 선진국에서 대형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투자는 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격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부동산이나 기업이 더 이상 중국 자본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데릭 시저스 AEI 선임 연구원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살아있는 동안은 중국의 해외투자가 정점이던 2016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대신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재생 에너지나 전기차 배터리 같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 지역들의 큰 소비 시장뿐 아니라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을 주요하게 고려한 것이다. WSJ는 “중국이 동남아 공장 설립이나 남미 광산 구입에 돈을 쓰고 있다”면서 “신흥국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희귀금속 같은) 주요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들 신흥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 투자액은 245억 달러(31조5241억 원)로 2021년보다 13%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 투자 비중은 17%로 서방에서 빠져나온 차이나머니가 투입됐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는 브라질에 19억 달러(2조4447억 원)를 투자했고,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태국에 투자했다.

● 서방 자본도 탈(脫)중국 ‘러시’

서방 자본도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중국에 대한FDI는 200억 달러(25조61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00억 달러(128조500억 원)의 5분의 1로 줄었다. 올해를 ‘중국 투자의 해’로 정한 중국 정부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2분기(4∼6월) FDI도 지난해 동기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反)간첩법 제정을 비롯한 중국 당국의 강압적인 사회 통제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첨단 산업 중국 투자 규제 조치가 외국인의 중국 투자를 머뭇거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는 중국 지역 신입사원들에게 “2025년이 돼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일감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컨설팅 업체 맥킨지 중국지사 직원 절반가량도 일감이 없어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중국 지사는 최근 일감 수주를 위한 전략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기용특파원 kky@donga.com · 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