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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 복장에 엄격한 뉴욕 양키스…카를로스 로돈, 수염 밀고 입단

용모 복장에 엄격한 뉴욕 양키스…카를로스 로돈, 수염 밀고 입단

Posted December. 24, 2022 09:36   

Updated December. 24, 20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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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양키스 일원이 되려면 두 가지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먼저 머리와 수염을 말끔하게 깎은 다음 ‘나를 양키스 일원으로 만들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간판 아래서 사진 촬영을 마쳐야 입단 기자회견장에 나설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이 통과의례를 거친 건 왼손 투수 카를로스 로돈(30)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8년 동안에는 얼굴 3분의 1을 덮는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선수다. 6년간 총액 1억6200만 달러(약 2075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양키스와 계약한 그는 23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세 살배기 딸과 한 살짜리 아들은 내가 면도한 모습을 처음 봤다. 아이들이 아빠를 알아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팀 가운데 용모 복장 규정이 가장 엄격한 구단이 양키스다. 양키스 선수는 ‘잘 정돈한 콧수염’을 제외하면 수염을 기를 수 없고 옷깃(칼라)을 넘어설 정도로 머리를 길러서는 안 된다.

 양키스가 이런 규정을 만드는 데 제일 큰 영향을 끼친 건 1972년부터 월드시리즈 3연패를 차지한 오클랜드 선수단이었다. 당시 오클랜드에는 수염을 기른 선수가 넘쳐나 ‘머스태시 갱(The Mustache Gang)’이라고 불렸다. MLB 전체에 수염을 기른 선수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던 시절이었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1930∼2010)는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뒤 ‘우리 팀을 저런 깡패 소굴로 만들 수 없다’면서 선수단에 면도는 물론 이발까지 요구했다. 1974년 양키스에 합류한 루 피넬라(79)는 “예수님도 장발이었는데 나는 왜 머리를 기를 수 없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주변에 있던 연못을 가리키면서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셨다. 너도 걸어서 건넌다면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했다. 양키스 선수가 콧수염은 기를 수 있는 건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본인이 대학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 선수는 또 유니폼 상의 단추를 모두 채운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맨 위 단추를 푸는 습관이 있었던 데이비드 웰스(59)는 1998년 MLB 역사상 15번째 퍼펙트게임에 성공하고도 꾸지람부터 들어야 했다.

 양키스 유니폼에는 선수 등번호만 있을 뿐 이름이 없다는 특징도 있다. 단, 이 전통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작품은 아니다. 1960년 화이트삭스가 처음으로 선수 이름을 쓰기 전까지는 원래 모든 MLB 팀 유니폼에 선수 이름이 없었다. 야구 규칙에도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꼭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역시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쓰지 않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같은 구단이 차례로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양키스가 ‘이름 없는 유니폼’의 상징이 됐을 뿐이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