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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론스타에 2900억 배상 판정 수용못해”

정부 “론스타에 2900억 배상 판정 수용못해”

Posted September. 01, 2022 07:43   

Updated September. 01, 202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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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억1650만 달러(약 2920억 원)와 이자 185억 원 등 약 31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결정이 나왔다. 론스타 측이 청구한 배상액 46억795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 중 4.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불복 방침을 밝혔다.

 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는 31일 오전 9시경 론스타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920억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긴 판정문을 법무부에 송부했다. 또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하라고 했다. 법무부는 “추정 이자액은 현재 기준으로 약 185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정은 2012년 11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지 10년 만에 나온 것이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 때문에 손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핵심 쟁점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외환은행 매각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을 지연시키며 매각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했는지였다. 이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책임을 모두 인정했다. 한국 정부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상의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동시에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매각이 지연된 책임도 있다고 본 것이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50% 과실상계를 인정해 인하된 매각가격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만 배상금으로 인정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부당 과세 등의 쟁점에 대해선 론스타 측 주장이 모두 기각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취소 신청 등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120일 안에 판정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내면 ICSID 내부에 취소위원회가 구성돼 판정 취소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장은지기자 jej@donga.com ·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