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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도 뚫린 인천공항, IS 테러범이면 어쩔 뻔 했나

눈뜨고도 뚫린 인천공항, IS 테러범이면 어쩔 뻔 했나

Posted January. 27, 2016 07:11   

Updated January. 27, 20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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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떠나 일본과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간다던 중국인 남녀 환승객 2명이 인천국제공항을 뚫고 밀입국했다가 나흘 만에 충남 천안에서 붙잡히는 영화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 남녀는 21일 직원들이 퇴근한 밤 11시 넘어 텅 빈 5개의 출국장 중 3번 출국장을 노렸다. 면세구역에서 3번 출국장의 출입문을 지나 출국심사대 옆 자동문을 거쳐 보안검색대까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통과했다. 공항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문은 자물쇠로 잠가놓은 경첩까지 뜯어내고 한국 땅으로 잠입했다. 이들이 최고등급 보안시설인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4단계 관문을 지나가는데 고작 14분이 걸렸다고 한다.

이들이 밀입국하던 날 문제의 출국장에는 야간 경비요원이 매뉴얼에 적혀 있는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경비요원은 경첩을 뜯어내는 밀입국자들을 보고도 수리를 하는 줄 알고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출국장에서 근무하는 경비요원의 보안의식이 얼마나 느슨하기에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공항공사는 이들이 밀입국한지 43시간이 지나서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연락을 받고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사실을 파악했다. 공항을 책임지는 관계기관의 총체적 부실이다.

‘포졸 열 명이 도둑 한 명 못 잡는다’는 옛말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법무부와 공항공사는 물론 보안경비대도 근무한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항공보안과 출입국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심야의 밀입국’을 차단하지도 못했고 밀입국자들을 조기에 검거하지도 못했다.

올 들어서만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이 ‘소프트 타깃’(방어능력이 없는 민간인 등)을 상대로 자살폭탄 테러를 벌였다. 만약 이번 밀입국자들이 유사한 테러를 저지르려는 IS 테러범이었다고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정체도 모르고 이유도 모른 채 무고한 국민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국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테러방지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인천공항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사태처럼 일상적 보안업무가 엉성하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