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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외국인 스피치 대회'

Posted September. 17, 20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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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y, I am nervous(미안합니다. 긴장돼서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옆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주최로 승가대와 동국대에 재학 중인 학인() 스님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외국어스피치 대회 예선이다.

이 대회에는 개인 41명, 단체 12팀(121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참가자의 영어 스피치 방식은 마이크를 잡고 강연하는 법문형과 파워포인트와 동영상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형으로 크게 나뉘었다. 단체팀들은 노래와 연극 형식을 도입해 짧은 뮤지컬 같은 무대를 연출했다.

동학사 승가대에 재학 중인 진홍 스님은 2년 전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사연을 영어로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스님이 수행의 한 과정으로 사찰 내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여성이 어린 아들에게 하는 얘기가 귓전에 들어왔다. If you dont study hard, you will become garbage and be thrown out just like her(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사람처럼 쓰레기가 되고 버려질 거야).

그 순간, 스님은 영어를 제대로 배워 불교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제 포교에도 힘쓰겠다고 결심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기자에게 대학도 법대에 진학해 영어 공부할 일이 별로 없었다며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는데 영어 공부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쌍계사 승가대의 화원 스님은 다도와 선, 운문사 승가대의 현담 스님은 사찰음식 시연, 중앙승가대의 일원 스님은 욕망을 주제로 영어 스피치를 했다.

학인 스님들은 몇 개월 공들인 듯 4분 안팎의 시간 동안 대부분 유창하게 스피치를 진행했다. 전국노래자랑처럼 즉석 탈락을 알리는 땡 소리는 없었다. 대신 시간이 경과하면 사회를 보는 스님이 똑, 똑 하는 두 번의 목탁으로 예고했다. 이 소리에 마음이 급해진 일부 스님들은 말문이 막히자 머리를 긁적이며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 영어, 정말 어렵죠 결선에 올라 다시 이 무대에 꼭 서고 싶다 등 즉석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예선을 통과한 개인 9명, 단체 5개팀이 10월 14일 같은 장소에서 본선 무대를 갖는다.

조계종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스님의 자질 향상과 국제화를 위해 승가대 4년 과정 중 2학기 동안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수강하도록 했다.

동학사 주지인 유곡 스님은 시대가 바뀌어 영어 역시 출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의 하나가 됐다며 단순하게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경전과 불교 의식에 관한 내용을 담아 수행의 한 방편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