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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아줌마부대 동원 수억 뿌려

Posted August. 04, 200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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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개발사업과 재건축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 등을 둘러싸고 수천만수십억 원을 주고받은 중견 건설업체 임직원과 재개발재건축조합 간부, 대학교수, 변호사 등 12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과거 재개발재건축 비리가 시공사 선정과 주로 관련돼 있었다면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사업 과정 전반에 걸쳐 돈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이복태)는 올해 2월부터 6개월 동안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16개 지검지청에 합동수사부를 설치하고 특별단속을 벌여 37명을 구속 기소하고 8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발표했다. 달아난 8명은 지명수배했다.

적발된 127명은 비리 유형별로 시공사와 협력업체 임직원 59명, 뇌물을 받은 재개발재건축조합 간부 38명, 기타 30명이다.

일반 조합원들에게까지 돈 세례=서울 성북구 돈암6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말 이수건설 상무 정모(구속 기소) 씨 등은 OS라고 불리는 홍보요원을 둔 컨설팅업체를 통해 조합 추진위원과 일반 조합원들에게 3억 원을 줬다. OS는 아웃소싱을 뜻하는 말. 조합원 투표로 시공사가 선정되기 때문에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섭에 나선 셈이다. 4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룬 홍보요원 60여 명은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 달간 집중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핵심 멤버 7명은 이수건설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조합원들을 매일 찾아가 10만 원씩을 건넸다. 돈 봉투를 전달한 뒤에는 확인 차원의 사인까지 받았다.

돈을 받은 조합원은 모두 270명이나 됐다. 나머지 홍보요원들은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등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돈을 전달하다가 우군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조합원들에게는 돈 봉투 제공을 중단했다. 조합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한 달여 동안 370만 원을 받았다.

이 같은 돈 세례를 통해 이수건설은 지난해 말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조합 간부는 돈 먹는 하마=서울 서대문구 대현1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조합장 유모 씨와 고문 변호사 김모 씨 등 4명은 2004년 2, 3월 Y건설업체 대표 박모 씨가 600억 원짜리 조합 상가를 270억 원에 사도록 도와주고 조합분쟁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박 씨에게서 현금 10억 원과 90억 원짜리 당좌수표 등 총 110억 원을 받았다.

이들은 박 씨에게서 받은 현금 10억 원을 박스 4개로 나눠 골목길에서 받아 차 트렁크에 싣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장 김모 씨는 2003년 배관설비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업체에서 3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업 단계마다 비리=2003년 7월부터는 시공사와 조합 사이의 유착 비리를 막기 위해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회사들은 사업의 초기 단계인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때부터 홍보요원을 동원해 돈을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수건설은 돈암6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전 준비자금으로 15억 원을 제공했다. 뿌려진 뇌물만큼 분양가는 올라=이번 수사에 참여한 차동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뇌물이나 로비자금은 결국 공사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런 비용이 조합원들에게 전가돼 분양가격이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재개발 공사와 관련해 건설회사들이 쓰는 홍보비용은 60억7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돈암6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인 이수건설은 총공사비가 990억 원인 데 비해 지금까지 홍보비용으로 지출된 공식 자금만 22억 원이었다.

검찰은 이수건설에 대해선 건설교통부에 건설업 등록말소 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명령하도록 통보했다.



이태훈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