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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대형참사 막았다

Posted June. 06, 20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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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내부순환도로 홍지문터널 속에서 버스가 전복되면서 화재가 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 순간 터널 속은 아수라장이 됐으나 이 와중에도 일부 승객들은 버스의 창문을 깨며 다른 승객들을 대피시켰고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 진화에 나서는 등 시민정신을 발휘해 대형사고를 막았다.

이날 오전 9시15분경 서대문구 홍은동과 종로구 평창동을 잇는 홍지문터널(길이 1890m) 중간 800m 지점에서 성산대교 방향으로 가던 25인승 교회 버스가 앞서가던 테라칸 승용차와 추돌한 후 전복되면서 터널 벽을 들이받고 화재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불로 버스는 전소됐으며 불은 승용차에 옮겨 붙었다.

테라칸 운전자 김경철씨(33)는 버스가 뒤에서 달려와 차 뒤를 박고는 벽면에 부딪혔다며 추돌 순간 바퀴가 타버렸는지 차가 움직이지 않아 내려서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버스에 타고 있던 박모씨(48여)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경미한 타박상을 입거나 연기에 질식된 경상자가 윤모씨(44여) 등 45명이었다.

불이 나자 연기에 놀란 승객들과 터널에 이미 진입해 있던 차량 운전자 100여명이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를 떠올리며 차량을 그대로 세워둔 채 터널 밖으로 탈출하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특히 사고 직후 터널 안에 전기가 나가면서 전등이 꺼지고 환기시설도 작동되지 않아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사고 직후인 오전 9시19분 터널 안에 전기가 나가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산하 홍지문터널관리소는 곧바로 발전기를 가동, 비상등은 들어왔지만 환기시설은 가동되지 않았다. 환기시설을 재가동해 유독가스를 제거하기 시작한 것은 정전된 지 19분 뒤였다. 홍지문터널과 정릉터널 사이에 있는 관리소 직원들이 기계실까지 달려가 차단기를 올린 뒤에야 가동됐다. 관리소측은 정전이 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차 27대와 소방관 85명이 출동해 본격적인 진화작업을 시작, 불은 40여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버스 운전사 오모씨(66)의 진술에 따라 차량 이상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1999년 완공된 홍지문터널은 서울에서 가장 긴 쌍굴터널(편도 3차로)이다.



김선우 전지원 sublime@donga.com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