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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롄항에서 용의 발톱을 보았다

Posted January. 14, 201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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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휘감는 전율이 엄습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중국 랴오닝() 성 다롄() 항. 인근 아파트 꼭대기에서 카메라 망원렌즈를 바다 쪽으로 돌리는 순간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바랴크는 거대 중국의 위용을 과시하듯 카메라 렌즈를 꽉 채웠다.

열흘간 3차 시험항해를 끝내고 입항한 바랴크는 높은 파도에도 미동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축구장 2배에 달하는 육중한 몸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흡사 바다를 꽉 누르는 거대한 발톱처럼 보였다.

길이 300m, 폭 72m인 바랴크의 선상에는 작업모를 쓴 인부들이 개미처럼 보였다. 선미()에선 높이 50m가량의 대형 크레인이 쉴 새 없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 미사일 발사대와 미사일 교란시스템 등이 보였다. 부두 인근에는 수송함 18대가 줄지어 정박해 있었고 함상의 포는 모두 커버로 가려져 있었다.

취재를 끝내고 조선소 인근 아파트에서 만난 20대로 보이는 중국인 청년은 당신들 외국기자 아니냐. 몰래 항모 찍으러 왔느냐며 쏘아붙였다. 중화()주의의 부활과 대국굴기(굴)를 상징하는 중국의 핵심 전력을 엿본 이방인을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다롄에서 서남쪽으로 47km 떨어진 뤼순() 군항에선 삼엄한 경비 속에 정박 중인 잠수함 여러 척이 목격됐다. 배수량 2600t급 최신형 디젤추진 잠수함으로 보였다. 중국은 1만2000t급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해 모두 60여 척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항모시대 개막은 본격적인 미중 패권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의 항모 보유가 아시아의 해양패권 제패는 물론 미국이 장악해온 태평양의 제해권까지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항모는 함재기 5080여 대를 싣고 이지스구축함과 순양함, 잠수함 등을 거느리는 항모전투단을 구성한다. 1개 항모전투단은 한 국가의 전체 군사력을 능가할 만큼 막강하다. 작전반경도 1000km에 달해 항모가 장악한 광활한 바다와 하늘은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다.



고기정 윤상호 koh@donga.com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