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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 국회 전세계 비웃음 대한민국이 운다 (일)

최루탄 국회 전세계 비웃음 대한민국이 운다 (일)

Posted November. 24, 201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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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내에서, 국회의원이 최루탄을 투척하는 사태로 인해 한국 의회정치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의정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국회 내 최루탄 폭력으로 대한민국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1966년 당시 김두한 의원이 사카린 밀수사건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에 인분()을 투척하고,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하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985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철봉을 설치한 적은 있지만 이는 수십 년 전, 독재 정권 시절의 일이다. 특히 단일 임기 내에 해머 전기톱 소화기에 이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최루탄까지 폭력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18대 국회가 처음이다.

해외 언론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치른 한국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을 자세히 전하며 한국의 국격()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22일(한국시간) 한국 국회, 한미 FTA 저지 위해 최루탄 사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국회가 미국 의회보다 더 심각한 불능(disfunctional) 상태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한국 정당들은 논란이 있는 정책을 둘러싸고 폭력에 의존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며 2008년 한미 FTA 상정 과정에서 등장한 해머를 예로 들기도 했다.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사는 국회에 최루 가스(tear gas) 등장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여야 의원들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망연자실하고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모습을 보려고 국회의원 된 것이 아닌데 참담하다고 했다. 22일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당시 상황을 방송사에 전화 인터뷰로 전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터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심지어 최루탄 투척의 장본인인 김선동 의원이 속한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최루탄 투척은 너무 심했다며 당 이미지가 폭력으로 덧칠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라면 국회가 민의의 수렴은커녕 외부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며 정치적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버젓이 들고 들어가 폭파를 운운한 사람을 공천하는 한국 정치의 후진적 인력 충원 및 평가 시스템을 하루 빨리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후보들의 이력과 활동을 평가해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정치권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루탄 투척 사전 논의 설을 묻는 데 대해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자세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면서도 한미 FTA 비준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은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 어떤 책임이라도, 어떤 비난이라도 다 받고, 다 질 각오가 돼 있다, 책임질 것 있으면 진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루탄 테러에 대해 반성 없이 진짜 테러범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다. 대한민국 국민, 서민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테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승헌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