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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처벌땐 제자 지킬것” 의대교수들, 단체행동 경고

“전공의 처벌땐 제자 지킬것” 의대교수들, 단체행동 경고

Posted March. 05, 2024 07:56   

Updated March. 05, 20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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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복귀 시한을 지난달 말로 잡은 이유는 ‘3월 의료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수련기간을 마친 레지던트들이 3000명에 달하고 신규 임용 예정이었던 전공의들이 병원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대형병원에 전임의(펠로) 계약을 할 예정이었던 의사들이 돌연 계약하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큰 의료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 ‘빅5’ 병원 전임의 절반만 출근한 듯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빅5(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성모 서울아산 세브란스) 병원에서 올해 근무하기로 한 전임의 1126명 중 정상 근무한 인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레지던트를 마친 병원에서 전임의 근무를 이어 가기로 했던 의사들의 이탈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연구나 의료기술 연마를 위해 수련병원에 남아 근무하는 의사다.

비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에선 3월 근무 예정이었던 전임의 10명 중 5명만 계약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의료 현장의 손발 역할을 하는 인턴들이 없으면 수술이나 응급실이 직격탄을 맞는다. 교수들만으로 버티기에는 임계점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의대 졸업 후 인턴 신분으로 병원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던 새내기 의사들의 이탈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대병원에선 56명, 충남대병원에선 60명의 신규 인턴이 이날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4일 중앙재난안전본부 브리핑에서 “(전임의) 계약율이 좀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거의 한 명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기관도 있어 전임의들의 계약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부 “의사 면허정지땐 전문의 취득 1년 늦춰져”

정부는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이날 “3개월 이상 면허정지를 받으면 전공의 수련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이상 늦춰지고,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차관은 “현장 점검을 할 때 출근해 있는 상태이면 정상참작이 가능할 것”이라며 당장 복귀하면 처분을 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 수련 종료 후 3월부터 레지던트로 근무할 예정이던 전공의들도 대부분 병원 복귀를 하지 않았다.

일부 병원은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행정적으로 소속 전공의들을 ‘임용’ 조치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임용된 전공의가 근무를 하지 않으면 업무개시 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대전성모병원에 사직서를 낸 전 인턴 류옥하다 씨는 “인턴 계약 종료 후 레지던트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임용이 되느냐”며 소속 병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4일 밝혔다.

● 경찰, 의협 전현직 간부 피의자 신분 조사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6, 7일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3일 해외에서 귀국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간접적으로 독려하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 등이 업무방해 방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SNS 상 발언자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부 의사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행위 발견되면 즉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제약사 영업사원 동원이) 사실이라면 의협이 먼저 나서 회원을 징계하고, 당사자께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