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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살인 예고, 시민 불안·공권력 낭비 부르는 중대 범죄다

넘치는 살인 예고, 시민 불안·공권력 낭비 부르는 중대 범죄다

Posted August. 08, 2023 07:54   

Updated August. 08, 202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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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이후 온라인상에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모바일 채팅방에 ‘특정인을 살해하겠다’는 글과 함께 미리 구입한 흉기 사진을 찍어 올린 30대 남성이 구속되는 등 지난달 21일 신림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을 올렸다가 검거된 사람이 59명에 이른다. ‘인천 계양역에서 20명을 죽이겠다’ ‘에버랜드에서 눈에 보이는 사람들 다 죽일 거다’ 등 구체적이고 섬뜩한 글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밖에 나가기 겁난다’고 호소하다. 불안감에 스프레이나 삼단봉 등 호신장비를 찾는 이들도 많다. 경찰이 서울 강남역과 잠실역, 성남 서현역 등지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면서 전시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민들의 신경이 곤두서다 보니 지하철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오인 신고에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다 다치는 일도 있었다. 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노와 박탈감이 투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빈부 격차, 취업난과 입시난, 심리적 고립감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젊은 층이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가운데 1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장난으로 그랬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살인예고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권력의 낭비를 가져오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검경이 구속 수사를 확대하고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검경은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대상을 특정할 경우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하고, 살인예고 글만 올렸더라도 협박죄나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엄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런 글을 올리면 반드시 검거돼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무분별한 모방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외톨이들이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다.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살인예고 같은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교육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물론 학교와 가정 등 전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묻지 마’ 범죄와 살인예고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