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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고위당국자 “주한미군 감축 배제 안해”… 중 억제력이 우선순위

美고위당국자 “주한미군 감축 배제 안해”… 중 억제력이 우선순위

Posted May. 31, 2025 07:04   

Updated May. 31, 2025 07:04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29일(현지시간)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을 감축해 인도태평양 지역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2일 주한미군 4500여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부인한 지 일주일만이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일환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사실상 검토되고 있다고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감축이 향후 동맹 기여 확대 요구를 비롯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 변화, 북-미 대화 재개 등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6·3 대선 이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는 ‘트럼프 청구서’라는 숙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 美 “주한미군 주둔 형태는 대중 억지력 확보에 최적화”

AP통신은 29일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 2명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 차 싱가포르로 가는 기내 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어떤 군사적 주둔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미군 병력의 감축(reduction)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한국 정부와 동맹을 현대화하고, 지역 내 안보 환경의 현실을 반영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태세를 조정(calibrate)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중 한 당국자는 아직 주한미군 병력 규모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나 주한미군 주둔 형태는 향후 북한 방어 뿐 아니라 대중국 억지력 확보에도 최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국방전략(NDS) 발표를 앞두고 사실상 주한미군을 역내에서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해 적정 규모를 산출하는 과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일각에선 당초 WSJ 보도로 논란이 된 ‘4500여 명’보다 주한미군 감축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주한미군 감축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북 전력 확충 등 동맹 기여 확대, 현 핵우산 체제 변화 등 한반도 방위태세의 총체적 변화를 담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미군 감축은 현재 미 행정부 검토하는 것의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

NDS 수립을 총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그간 해외 주둔 미군을 중국 대응에 맞춰 재배치하고 동맹국들이 비용 및 역할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우리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北에 잘못된 시그널 줄 가능성

정부는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 등이 한미 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측은 그간 한미 간 비공식 소통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쳐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한미 간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는 미 행정부 안에서 여러 아이디어들이 산발적으로 제기되는 단계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 등이 현실화되면 북한에 한미 동맹이 느슨해졌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대화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협상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WSJ도 앞서 주한미군 감축 구상이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