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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면 비과세, 상속하면 폭탄… ‘부부 상속세’ 폐지해야

이혼하면 비과세, 상속하면 폭탄… ‘부부 상속세’ 폐지해야

Posted March. 08, 2025 07:26   

Updated March. 08, 2025 07:26


국민의힘이 꺼낸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 카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하면서 상속세제 개편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민주당이 여당의 배우자 상속제 면제안에 동의해 상속세법이 개정되면 한국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배우자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세금을 전혀 물지 않게 된다.

이 대표는 어제 “(여당이 제기한) 배우자 상속세 면제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일괄공제 5억원+배우자 공제 최소 5억 원’인 상속세 공제 한도를 ‘일괄공제 8억 원+배우자 공제 최소 10억 원’으로 확대하는 상속세제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배우자 사망 시 남은 배우자가 함께 살던 집 정도는 팔지 않고 계속 살게 해주자는 취지다. 이에 대응해 여당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로 맞불을 놓자, 이 대표가 여당 안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배우자 상속세 문제는 한국의 세제가 풀어야하는 해묵은 숙제다. 상속세의 본래 취지는 부모, 자녀, 손자녀 등 다른 세대로 이전되는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망 배우자의 재산을 생존 배우자가 물려받는 건 같은 세대 내에서의 수평이동이다. 배우자 사망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부모가 나중에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동일한 재산에 상속세가 이중으로 매겨져 ‘1세대 1회 과세’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게다가 배우자 상속세 과세는 부부가 이혼해 재산을 분할할 때 자산증식에 대한 기여를 인정해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것과 논리가 상충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들이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것이다.

여야의 의견이 어렵게 일치된 만큼 불합리한 배우자 상속세는 전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대기업 총수 등 고액자산가의 수천억∼수조 원 대 지분상속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줄어드는 세수는 어떻게 채울 것인지 등은 별도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1950년에 제정돼 75년째 유지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는 시대가 바뀌어 수명을 다 한 만큼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