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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시신 냄새… 생지옥 된 산간마을

Posted September. 13, 2023 08:24   

Updated September. 13, 2023 08:24


“여기 냄새가 이상해요. 아무래도 사람(시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11일(현지 시간) 찾은 모로코 중부의 산간 지역 소도시 아미즈미즈. 평소 마라케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조용한 소도시는 8일 모로코 중부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 이후 생지옥으로 변했다. 도시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코를 감싸는 강한 냄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졌다.

특히 건물이 가루처럼 무너져 내린 한 골목에선 이 냄새가 유독 강했다. 주민들은 “도시 안에 이 구역에서만 260명 정도가 죽은 것 같다”며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시신이 건물 잔해 속에 있는 것 같다”면서 분주히 건물 안팎을 오갔다. 이번 피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주민은 “모텔로 쓰이던 건물이라 안에 몇 명이 머물고 있었는지, 누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현장에 있던 스페인 구조대는 구조탐색견까지 동원해 시신이나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발견하려 했으나 날이 저물 때까지 허사였다.

진앙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이 도시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다.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2일 기준 2862명에 육박한 가운데 지진의 인명 구조 골든타임인 발생 후 72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구조 활동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인근 산악 지대 지리를 잘 안다는 한 주민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한참 더 많다”며 울먹였다.


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